빛바랜 연임신화... “가자, 20년!” 외친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낯뜨거운 與찬양
빛바랜 연임신화... “가자, 20년!” 외친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낯뜨거운 與찬양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9.23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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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정치적 휘둘림 빌미 제공” 비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여당을 치켜세우는 '낯뜨거운'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모습이라는 비판이다. 26년 만의 연임 성공이라는 이동걸 회장의 신화가 결국 능력검증이 아닌 여권실세들과의 인맥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킨 꼴이다. 금융권에서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중요한 이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2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 참석해 건배사를 자처했다.

건배사로 이 회장은 “(이 대표가 한 말 중) 저에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 (집권)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라며 “민주 정부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놓으면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지는지 봤기 때문에 절실한 심정이었다 생각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를 빌어서 ‘이해찬’하면 열심히 하자는 취지에서 첫째는 ‘가자’ 말씀드리면 모두가 ‘20년’ 말해달라”라고 덧붙였다. 이는 여당 소속 의원이 아닌 국책은행 수장의 발언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해 어느 곳보다 균형과 객관성이 필요한 국책은행의 수장이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을 찬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 검증이 아닌 정치적 배경 덕분이라는 것을 이 회장 스스로가 입증한 격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승인으로 직이 유지되느냐 마느냐가 달리다 보니 이번에 연임도 됐고 감사의 표시로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여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이해는 되지만 국책은행 수장의 발언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실언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산은 회장은 별도의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산은에서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1950년대(구용서 초대 총재)와 1970년대(김원기 총재) 각각 한차례, 1990∼1994년 이형구 총재(25∼26대)가 연임 성공 이후 26년 만에 이동걸 회장이 성공했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금융이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면 절대적으로 안 된다”라며 “하지만 이 회장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요하는 게 금융인데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축하연에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대표,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 박형구 한국중부발전 사장, 백복인 KT&G 사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황선우 산학연종합센터장, 김두관·김영주·이개호·이해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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