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여겨진다.
김지형 위원장은 9일 자신이 대표변호사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출범을 발표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내부의 법 위반 행위를 직접 신고받고 조사하는 권한을 갖는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법조계, 시민사회, 학계 인사들이 외부 위원으로 활동한다.
준법감시 분야는 ▲대외 후원금, 내부거래, 하도급 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분야 ▲뇌물수수, 부정청탁 등 분야 뿐 아니라 ▲ 노조 문제 ▲경영권 승계 문제 등까지 포함한다.
법·위반 리스크를 사전·사후에 들여다보고 직접 문제를 조사하며, 법 위반 사안을 확인하면 시정·제재와 재발 방지 방안을 회사에 요구한다. 각 계열사에 준법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독하고,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권고·의견을 제시한다.
준법감시위원회 외부 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의 답변으로 평가된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6일 3차 공판에서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4차 공판이 열리는 이달 17일까지 가져오라"고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우려와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러한 이유로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의 위원장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사측이 ‘위원회 구성·운영 전반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수용하며 위원장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완전한 독립성·자율성을 정말 확실히 보장할지에 대해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했다"며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우려·의심을 밝혔고, 이 부회장이 완전한 독립성·자율성을 약속·다짐했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립 취지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가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이 부회장 재판부의 권유"라며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8장의 자율적·실효적 준법감시 프로그램 취지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독립성을 보장한다 해도 활동에 삼성의 지원과 개입이 있으니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바로 그런 우려에 대해 사회가 계속 관심을 갖고 감시·검증을 하며 힘을 보태달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