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삼성물산, 커지는 이재용 역할론
떠들썩한 삼성물산, 커지는 이재용 역할론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9.26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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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탄력받은 검찰 수사, 칼끝은 삼성 경영승계 정조준"
"가뜩이나 상황도 절박한데...대두되는 '이재용 역할론'"
최근 검찰의 칼날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향하면서 삼성물산 내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검찰의 칼날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향하면서 삼성물산 내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삼성물산은 장외 이슈로 떠들썩하다.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주 기대감이다. 이들 이슈의 중심에는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이미 악재와 호재가 뒤엉키면서 삼성물산 내부는 뒤숭숭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외 현장을 직접 챙기며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 다시 탄력받은 檢 ‘삼바 수사’...전운 감도는 삼성물산

최근 검찰의 칼날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향하면서 삼성물산 내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칼끝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동시다발적으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합병에서 '제일모직 가치 높이기‘와 동시에 ’삼성물산 가치 낮추기'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허위공시와 고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이 23.2%로 많았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한 주도 없어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이 부회장에게 이득이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 대 0.35로 주주총회가 통과되면서 안정적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비로소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삼성 측은 잇따라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 제일모직 같은 대형 상장사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검찰은 쉽사리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총 19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이 파기 환송되면서 수사는 더욱 탄력받고 있다.

이처럼 검찰의 칼날이 예리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은 불똥이 튈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기업이자 최대주주여서 실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압수수색 당일인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20일보다 6.35% 급락한 31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승승장구하다가 압수수색 소식에 곧장 주가가 요동친 것이다.

같은 날 삼성물산 주가 역시 약보합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23일 직전 거래일보다 –0.98% 떨어진 91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1년 새 40%가량 하락했으며, 삼성물산 주가 역시 1년 전보다 40% 안팎 떨어졌다.

■ 이재용은 묵묵히 현장경영...“위기를 기회로” 그룹 두루 챙기기 나서

이슈의 중심에 선 이재용 부회장은 되려 묵묵히 현장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면서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눈길은 끄는 것은 이 부회장이 전자계열사부터 비(非)전자 계열사까지 두루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인 지난달 15일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관할 구역인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물산의 해외건설 현장을 찾았다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나아가 이 부회장은 직접 ‘세일즈 외교’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사우디 현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올해만 벌써 세 차례 만났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가 차원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이 부회장과 논의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마트시티, 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 분야 등이 포함돼 삼성물산이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관할 구역인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물산까지 챙긴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현장방문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 내부 악재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외부 악재까지 겹친 상태다.

상황이 긴박할수록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돼 그룹 전체를 진두지휘 할 컨트롤타워마저 없어진 상황이다. 미래전략실 대신 전자계열사, 비전자계열사,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3개의 TF가 꾸려졌지만, 검찰의 삼바 수사로 사실상 일부 업무가 마비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이미 삼성 내부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면서 “위기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에서 검찰 수사에 수년째 시달리는 점은 심히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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