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류시화 "불행,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라는 메시지"
[책속의 포스트잇] 류시화 "불행,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라는 메시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3.2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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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불행에도 이유가 있을까. 이에 류시화 시인은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라며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불행은 새로운 삶을 살 때라는 메시지’라고 답한다.

한 수도승이 제자와 함께 여행 중 가난한 가족을 만났다. 부부와 세 아이는 척박한 환경에 살면서도 둘을 대접했다. 그들에게는 오직 늙은 암소뿐이었고, 암소에게서 난 우유와 치즈를 먹고 남는 것을 마을에 가져가 식량과 바꾸었다.

수도승은 다음 날 제자에게 돌아가 염소를 절벽에서 밀어뜨리라 했다. 제자는 망설였지만, 스승의 말에 따랐다. 몇 년 후 근처를 지나게 된 제자는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어 가족에게 용서를 빌고자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집과 잘 가꿔진 정원이 있었다. 제자는 여러 해 전 그곳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했고 주인은 지난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에게는 여윈 암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암소에 의지해 겨우 굶지 않을 만큼 살아가고 있었죠. 그런데 암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버려진 맡에 약초를 심고 묘목을 키웠습니다. 그 사건은 우리에게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수도승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과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류시화 시인의 신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더숲.2019)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책은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은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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