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계의 애플, '발뮤다'의 창업 신화
일본 가전업계의 애플, '발뮤다'의 창업 신화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3.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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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남미혜 옮김 | 아르테(arte)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완벽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직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의 말이다. 기업 이념과 제품에 대한 열정이 도사린 말이다.

발뮤다는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일본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발뮤다 선풍기 그린팬, 토스트기, 커피포트 등이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중 선풍기 그린팬과 토스터는 기업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제품이다. 폐업의 위기의 순간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역전 시킨 데는 그의 집념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발뮤다는 2003년 월셋집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창업했지만, 근근이 이어가는 수준이었고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결국 파산의 문턱에 서게 됐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밤마다 제품 구상을 하던 끝에 차세대 선풍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어릴 적 산들바람을 선풍기로 구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바로 공기와 유체역학에 관한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처럼 서점으로 달려가 이론을 살피고 주변 선풍기를 관찰하고 실험했다. 그렇게 일 년 반이라는 시간 끝에 기술력을 획득했다. 문제는 자본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투자자를 찾아내고 신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마련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발뮤다의 직원은 예순 명이 훌쩍 넘었고 선풍기 한 대로만 3년 만에 8억 4,000만 엔이란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50억 엔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사이 위기는 또 찾아왔다. 회사 규모가 커진 데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에 원가가 점점 높아져 재고가 쌓인 탓이다. 그때 회사를 살린 단 하나의 제품이 토스터였다. 집에서 맛있는 토스트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한 발뮤다 토스터가 대히트를 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실 테라오 겐은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경영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혼 가정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1년간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와 스타가 되고자 10년간 기타를 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끝내 창업에 성공한 이유는 삶을 즐기며 모험과 도전을 통해 원하는 것을 관철 하는 어머니에게 신념을 배웠고,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며 검소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알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두 아이를 바르게 키워낸 아버지의 성실함을 보며 자란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뮤다의 창업 신화가 담긴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아르테.2019)는 경영 서적으로 분류됐지만 자전적 에세이로 읽힌다. 성공담에 성장배경이 중요한 만큼 초반의 상당 분량을 차지해서다. 하지만 지루하거나 뻔한 기업인의 성공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풀어내는 진솔함이 있어서다. 창업 스토리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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