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 기자의 영화 속 보험] 영화 ‘국가부도의 날’, IMF 당시 보험산업 돌아보기
[박재찬 기자의 영화 속 보험] 영화 ‘국가부도의 날’, IMF 당시 보험산업 돌아보기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8.12.0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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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IMF로 어려움 속 체질개선 나서
공감 가는 이야기, 구질구질한 신파 ‘아쉬워’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동안의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1997년 IMF 당시 우리나라를 그린다. (사진제공=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화이트페이퍼]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전 국민이 최고의 경제 호황이라고 믿었던 1997년 당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국가부도 위기를 보고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편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신호를 포착하고 국가부도에 역베팅 한다. 하지만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 영화는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동안의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1997년 IMF 당시 우리나라를 그린다.

IMF, 보험산업 충격... 1년 만에 임직원 25% 짐 싸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보험산업에도 엄청난 충격을 줬다. IMF 체제를 거치며 11개의 보험사가 문을 닫거나 다른 보험사로 흡수됐고, 보험산업 종사자도 크게 줄었다. 1997년 12월 당시 5만1962명의 생보사 임직원 중 1998년 연말까지 1년 동안 1만2775명, 25%가 짐을 쌌다. 또 보험설계사는 30만6759명에서 25만1022명으로 18.2%가 감소했다. IMF 체제에서 가계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보험영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1997년 연말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48조9558억6200만원을 거뒀지만 이듬해에는 35조1179억4100만원을 거둬 1년 사이 수입보험료가 28.3%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IMF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IMF 당시 유행했던 ‘대량 증원 대량 탈락’이라는 대표적인 저효율 영업방식은 거의 사라졌고, 보험영업 현장은 설계사 정착과 계약 유지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IMF 직전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주로 회사채 및 주식에 대한 투자가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 투자대상 회사의 부도와 주가 급락으로 심각한 손실을 경험한 후 보험사는 국채 투자 및 안정적인 외국의 장기채권 투자로 급선회하면서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아울러 20여 년이 지났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당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당시 일부 보험사는 타금융기관과의 경쟁으로 17%짜리 고금리 상품을 팔기도 했다. 이때 판매된 고금리 상품으로 인해 현재 많은 생보사가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좋은 소재와 시선으로 만든 구질구질한 신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영화는 1997년 대한민국의 IMF라는 흥미로우면서도 공감가는 소재를 사용했으며, 정치인, 금융인, 투자자, 평범한 시민 등 다양한 시선에서 당시의 대한민국을 그려 접근와 시도는 좋았지만 이외에 다른 장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 2016년에 개봉했던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쇼트’와 비교됐다. 영화 ‘빅쇼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다. 개인적으로 ‘빅쇼트’의 장르를 정한다면 재난영화로 분류하고 싶다. ‘빅쇼트’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자칫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비교하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장르는 구질구질한 신파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IMF가 정치인과 재벌들을 위한 것이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은 더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뻔한 감정적 호소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IMF 당시 재벌과 정치인은 악하고, 금모기에 나섰던 서민들은 선하다는 분명한 선악구조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이 너무 뚜렷해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생각을 강요당하고 있는 다는 느낌까지 들어 불편함이 생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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