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일하는 ‘정화조 처리 노동자’
목숨 걸고 일하는 ‘정화조 처리 노동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9.14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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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중에서

[북데일리]<포스트 잇>오전 6시 30분. 회사에 도착한다. 곧이어 오늘 일정이 나왔다. 가정집이다. 대학교나 고층 빌딩처럼 몇 십 톤 분량의 정화조가 있는 곳은 세 군데 정도만 돌면 하루 일정이 끝난다. 가정집은 다르다. 1톤부터 3톤까지 정화조 용량이 다양하다. 많게는 하루에 20군데를 넘게 돈다. 아직까지 산동네가 많은 부산에서 가정집의 분뇨를 처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분뇨처리 차와 정화조를 잇는 호스는 무게가 1미터당 10키로 정도 된다. 산동네 가정집은 보통 100미터~150미터 이상 호스를 끌고 올라가야 한다. 무게가 1톤 이상 되는 호스를 질질 끌고 가는 거다. 작업은 2인 1조 방식이다. 여유 인력은 없다. 외국은 안전 요원이 미리 가스 노출 여부 등 안전 상황을 점검한 뒤 작업 요원을 투입한다던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다.

일단 정화조 뚜껑을 열고 본다. 정화조 뚜껑을 열 대 나오는 가스를 본적 있나? 노랗다. 정말로 노란색이다. 메탄과 암모니아가 섞인 가스는 콧속으로 들어와 바로 폐를 찌른다. 방독면? 그런 건 없다. 가스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체불명의 벌레들이 한꺼번에 날아든다. 그걸 참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호스 꽂아 놓고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간의 똥은 싸고 나면 경화 현상이 일어난다. 딱딱해진다는 뜻이다. 딱딱하게 굳은 똥이 정화조 위를 시멘트처럼 덮고 있다. 그 안은 액체다. 쇠꼬챙이로 돌덩이 같은 똥을 계속 깨면서 호스를 휘저어 주어야 한다.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우리는 정말 목숨 걸고 일하는 거다.

-<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레디셋고.2012) 36쪽 중에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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