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모두가 환자인 '이상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환자인 '이상한 가족'
  • 김현태기자
  • 승인 2011.11.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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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가족'...생생한 캐릭터 주목

[북데일리] ‘자신들을 치료해줄 의사선생님을 찾아 나섰다가 어쩔 수 없이 의사의 가족으로 행세하게 된 정신과 환자들. 그들과 의사가 벌이는 자충우돌 이야기.’

강지영 소설 <프랑켄슈타인 가족>은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여섯 명의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리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얼개로 되어 있다.

“우리 꼴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잘 압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한 가지씩 문제를 떠안고 살아요. 강박증이나 망상증, 섭식장애 같은 거요. 그런 눈으로 보실 거 없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말 못 할 문제 하나씩은 안고 살잖습니까?”(본문 중)

소설의 특성상 여섯 명의 캐릭터가 관건. 작가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톡톡 튀는 입체감을 부여해 모든 인물에 애정이 갈 만큼 개성 넘치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인구 박사는 아내, 딸과 함께 전원주택에서 살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 그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다.

아내는 유학간 딸과 함께 영국에 산다. 그런데 아내가 기러기 아빠로 살던 김 박사에게 영국 여자와 바람이 나며 커밍아웃을 선언한 것. 이어 이혼을 통보했다. 김 박사는 충격과 허무 속에 은퇴를 선언하고 혼자 전원주택으로 내려간다.

무료한 나날. 김 박사는 조경이라도 해서 전원주택을 꾸며야겠다고 생각하고, 모 조경업체 사장에게 조경을 의뢰한다. 하지만 조경을 의뢰하고 마트에 간 김 박사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인해 다단계정수기 업체에 끌려가 감금당하게 된 것이다.

김 박사는 TV에 출연할 정도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그를 의지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김 박사 은퇴 후 다른 병원을 찾아가도 증상의 호전이 보이지 않아 애를 태웠던 환자 여섯 명은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자신들의 소울메이트인 김 박사를 찾아 나서기로 의기투합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정상적인 사람들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책은 주인공인 의사 김인구가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이 자리에 모인 여섯명의 환자들을 괴물로 만든 건, 오만과 편견으로 직조된 단단한 갑옷을 입은 세상 모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비겁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새하얀 가운에 완전무결한 의사 김인구가 아닌, 불완전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320쪽

이는 김인구의 다음과 같은 대사에 응축되어 있다. 이 깨달음의 결과는 평화다. 책속의 문장처럼 ‘미친 개나리 몇송이가 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자 이제 내 고민을 상담받고 싶어요. 좀 민망한 이야긴데 들어줄수 있죠? 우린 친구잖아요. 안 그래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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