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윤혜란기자]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깨닫는 소중한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위한 ‘버팀목’이 된다.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
“이 순간부터 마지막은 내가 정한다.”
이 말은 SBS TV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나온 대사다. 시한부 환자인 손무한(감우성 분)이 말도 없이 병원을 예약한 아내 안순진(김선아 분)에게 화를 내며 던진 말이다.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인생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는 이들 상당수는 고통 속에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곤 한다.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러면서도 ‘의학적인 도움은 줄 수 없어도 뭔가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다.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동양북스, 2017)은 한 의사의 이러한 고민의 결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인 20년간 약 2800명 환자들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함을 일러준다.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될 바에야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 저자가 20년간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주로 건강할 때 자신의 인생을 확실하게 조절해온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겠다‘,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그 전까지 지켜온 가치관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도 괴로움 끝에 조금씩 자신의 생각과 완강히 지켜온 신념들을 내려놓고 타인을 의지하게 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과 ‘쓸모없는 나는 가치가 없다’는 느낌에서 벗어서 타인의 보살핌을 받아들인다. 흥미로운 건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맡길 각오를 한 환자들에게는 분노나 슬픔, 초조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이럴 때만큼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저자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깨닫는 소중한 것. 그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위한 ‘버팀목’이 된다고 강조한다.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손무한(감우성 분)은 어느 날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하루는 살아가는 시간이자 죽어가는 시간이다. 어떻게 살까, 어떻게 죽을까. 내가 아는 확실한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손무한(감우성) 또한 책에서 말한 인생의 끝을 마주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위한 버팀목’을 발견한 셈이다.
책 제목이 왜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일까. 진부한 질문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독자들이 한 번쯤 진지하게 상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서 고통을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자신의 버팀목이 무엇인지를 알면 좀 더 평온하게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의 '버팀목’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