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 (1959~ )'의 사진전이 ‘휴먼&네이처Human & Nature’라는 제목으로 지난 24일부터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6년에 이어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세 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총 15점의 사진과 영상 작품 1점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최신유행’ (2006년작) 시리즈 중 하나인 인물 사진은 다소 기이하고 충격적이다. 최신 유행하는 옷차림의 여성 두 명이 서로 상대방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만지며 동성애를 의미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들의 얼굴이다. 화려하게 치장한 피부 속 이마와 뺨과 턱에 큼직하고 뾰족 뾰족한 뭔가가 들어가 있다. 그로 인해 눈과 입,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이는 바로 성형수술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시장에는 이와 관련된 사진 작품들과 더불어 3분짜리 비디오도 함께 상영되고 있다.
영상 속 배경은 1950-1960년대 스타일로 장식된 중산층 가정의 실내다. 그런데 보톡스 시술과 과도한 성형중독으로 얼굴이 변형된 두 여성은 2019년에 파리에서 ‘최신 유행’하는 장식과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한편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실내 장식으로 화병과 식물들이 등장하고 그 사진은 작품으로 전시장에 함께 전시되고 있다.
기괴한 두 여성의 모습과 화려한 꽃과 식물들이 다소 불편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패션의 완벽한 아름다움도 결국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필연성과 그것의 연약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한다. 사진 속 인물들은 곧 시들어 갈 화분 속 식물 이미지와 상응하며 인간의 아름다움이 그만큼 짧은 순간임을 암시한다.
어윈 올라프의 작품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면서도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과 광고계에서 성공한 그는 인종과 신분, 동성애와 종교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 왔다. 상업 사진과 순수 예술 사진의 경계를 허문 그의 표현 방식은 매우 자유롭고 획기적이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가져 온 듯한 그의 사진들은 네덜란드 회화 거장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2013년에 패션잡지 보그에 실렸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 사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은 “Vogue like a painting”이라는 타이틀로 6월 23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서 메인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유행과 패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자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