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이고 유보금 끌어 쓴다…기업들, 고금리 장기화에 '신음'
대출 줄이고 유보금 끌어 쓴다…기업들, 고금리 장기화에 '신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4.02.2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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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조달처, 대출→유보금 역전
주식·채권 규모도 10분의 1 수준으로↓
유보금 용처는 운전자금…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사진=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 금리 부담 완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금 조달처로 활용하던 금융권 대출 규모를 크게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렇게 줄어든 자금은 사내 유보금으로 충당했는데 대부분이 운전자금으로 사용되면서 투자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매출액 1000대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과반(63%)의 기업들이 유보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권 차입(33.7%)은 차순위 자금 조달책으로 밀려났다. 금융권 차입(48.2%)이 주된 자금 조달 통로 역할을 하던 지난 2022년 8월 당시 조사 결과와 상반된다.

주식이나 채권 등 직접금융시장의 비중도 대폭 축소됐다. 2022년 21.3%로 유보금(27.9%)과 비슷한 규모로 자금 조달처로 이용됐던 직접금융시장 비율은 올해 2.3%까지 줄었다. 외부 조달 의존도를 축소하고 유보금 활용 폭을 키운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고금리 여파가 본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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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이 같은 추세는 통계에서도 파악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6월 103조원까지 증가했던 전년 동기 대비 기업 대출 규모 증감액은 지난달 76조원까지 축소됐다. 2023년 1월(99조원), 2023년 6월(85조원) 등에 이은 감소세다. 이 기간 차입금평균이자율은 상승한 반면 이자보상배율은 급락했다. 재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기업들(72.0%)은 자금으로 끌어온 유보금을 인건비 등 필수 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에 썼다. 투자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민간 설비 투자 증가율은 -6.5%로 역성장했다. 재작년 4분기 11%에서 대폭 줄었다. 시설 자금 대출 증가율도 감소세를 보였다. 대한상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은 신규 투자 및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하거나 사업 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에 대한 조달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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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출 규모 증감 추이(왼쪽), 기업 이자보상배율 및 차입금이자율 (자료=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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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주요 자금 조달 목적(왼쪽), 민간 설비 투자 증가율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올해 원리금 상환을 앞둔 기업 비율은 19.3%를 나타냈다. 전체 기업 4곳 중 3곳이 상환 청구서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고금리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고금리 상황이 해소될 것(38.3%)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하반기(11.3%)나 내후년 이후(9.4%)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의 금융 부담을 줄일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고금리 기조를 버텨온 지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누적된 이자 부담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일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때까지 기업 금융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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