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 회장, 계열사 8곳서 '살뜰한' 세대교체
양종희 KB금융 회장, 계열사 8곳서 '살뜰한' 세대교체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2.1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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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직 존폐 여부 결정 남은 관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KB증권 이홍구 WM부문 대표 내정자, KB손해보험 구본욱 대표 내정자, KB자산운용 김영성 대표 내정자, KB저축은행 서혜자 대표 내정자, KB부동산신탁 성채현 대표 내정자,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내정자. 사진=KB금융그룹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8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과감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후 첫 계열사 사장단 인사였다. 양 회장이 내부 인사를 중용하면서 '안정 속 변화'를 꾀하는 세대교체 성격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9명 중 6명은 신임 대표로 '물갈이' 

KB금융은 14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된 후보들은 각각 이달 중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확정된다.

9명의 후보(KB증권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 중 새 얼굴은 KB증권·손해보험·자산운용·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6곳에서 나왔다. 이중 3명은 내부 승진이고, 다른 3명은 은행과 지주에서 이동 발령이 났다. 또 KB증권·카드·인베스트먼트 3곳서 3명은 유임됐다.   

우선 2019년부터 동갑내기 2명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온 KB증권은 날개 한 쪽을 교체하게 됐다. 이홍구 KB증권 WM(자산관리)영업총괄부문 부사장이 박정림 현 KB증권 WM부문 대표의 후임으로 발탁됐고, 김성현 현 KB증권 IB부문 대표는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이하 자료=KB금융그룹

이홍구 후보는 강남지역본부장, WM총괄본부장 등을 거쳐 WM영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안정적인 WM수익구조 구축과 관리자산(AUM) 증가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이끌어왔고, 새로운 WM 사업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임기는 1년으로, 신규 추천 후보 중에선 유일하다. 통상 KB금융은 계열사 대표 신규 선임 시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중임부터는 임기를 1년씩 부여한다. 두 대표 후보의 임기를 나란히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KB손해보험은 구본욱 리스크관리본부 전무가 첫 내부 출신 대표로 발탁됐다. 구본욱 후보는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등 주요직무 경험을 기반으로 가치·효율 중심의 내실성장과 ‘No.1 손해보험사’로의 도약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특히 KB손보의 경우 양종희 회장이 인수합병(M&A)를 비롯해 2016~2020년 5년간 계열사 대표를 맡았을 정도로 인연이 각별한 계열사다. 김기환 현 KB손보 대표가 호실적으로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며 관심이 모아졌는데, 세대교체로 결판이 났다. 

KB자산운용 신임 대표 후보는 김영성 연금&유가증권부문 전무다. 2018년 취임한 이현승 현 대표의 후임으로 역시 내부 승진 인사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용감하게' 2차전지 종목 하락에 베팅하는 2차전지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를 상장해 시장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성 후보는 자산운용업권에서 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KB자산운용의 연금과 TDF(타깃 데이트 펀드) 부문에서 점유율 확장을 이끌었고, 통찰력을 바탕으로 ‘AI기반 종합자산운용사’로 도약을 추진할 변화·혁신 역량도 겸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 KB캐피탈 신임 대표 후보에는 빈중일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본부장이, KB부동산신탁 신임 대표 후보에는 성채현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KB저축은행 신임 대표 후보에는 서혜자 KB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전무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KB금융 대추위는 "전문성에 기반한 세대 교체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경영승계 구조 확립 및 안정적인 거버넌스 정착, '계열사 핵심인재' 발탁을 통한 그룹 인적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내 활력 제고, 지속가능 경영 실천 및 '다양성' 등을 고려한 인사 구현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 6할 변화에도 안정감·연속성 엿보여 

이로써 지난달 21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첫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 교체폭은 66.6%(9명 중 6명)로 귀결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유임을 결정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포함해도 6할은 변화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내부 승진을 통해 안정성과 경영 연속성을 챙긴 점이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KB증권 IB부문 김성현 대표,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KB인베스트먼트 김종필 대표 등 일부 계열사 유임도 이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유리천장 속에서 여성 인재를 중용하는 점 역시 바꾸지 않았다. KB저축은행 최초 여성 CEO로 발탁된 서혜자 후보는 이번 인사에서 조직 내 다양성을 고려한 유일한 여성 후보자다. 내부통제와 준법/법무, HR, 영업 등 주요 직무를 두루 거쳤다. 

(왼쪽부터)KB증권 IB부문 김성현 대표,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KB인베스트먼트 김종필 대표. 사진=KB금융그룹

이번 세대교체에 따라 연령대도 다소 낮아졌다. 8개 계열사 대표의 연령대를 밴드로 본다면 1963년생(증권 김성현 대표)~1970년생(인베 김종필 대표)으로 이전과 동일하지만, 전반적으로는 1960년대 초중반에서 내려가 1960년대 후반까지 주축을 이루게 됐다. 

다만 첫 인사 시험대에 오른 양 회장의 문제 풀기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고, 부회장직 존폐 여부 결정이 마지막 남은 관심사로 꼽힌다. 부회장직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암묵적으로 그룹의 후계 구도를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부회장직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거듭 우려를 내비침에 따라, 일각에서는 양종희 회장이 부회장직 유지를 고민해야 할 부담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부회장직 폐지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각 계열사 임원인사는 올해 말께 나올텐데 그때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빈중일 후보는 CIB와 글로벌심사 전문성과 영업력을 갖추고 규제·시장변화와 시장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역량 등을, 성채현 후보는 부동산시장 변화에 선제적 대응할 수 있는 조직관리 역량과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를 지낸 점 등에서 신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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