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성 원칙 뭐길래…홍콩 ELS '손절'하는 銀
적합성 원칙 뭐길래…홍콩 ELS '손절'하는 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1.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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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모두 판매 중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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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내년 상반기 대규모 확정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와 관련해 은행들이 빠르게 '손절' 모드로 돌아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을 향해 "소비자보호 조치 운운이 자기 면피로 들린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적합성 원칙을 꼽고 작심 비판을 내놓자 화들짝 놀란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 잠정 중단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H지수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안내자료를 내고 H지수 하락 지속과 금융시장의 다양한 우려의견이 있는 상황으로 다음 달 4일부터 당분간 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중단한다고 알렸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는데, H지수 급락으로 지수 편입 ELS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커진 홍콩 H지수 편입 ELS 상품 판매를 오늘부터 중단했다"며 "다만 홍콩 H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기 위해 홍콩 H지수가 편입된 ELS 상품 판매만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H지수 하락 지속은 역사적인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 적기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상존하고 있고, 기존에 판매한 H지수 편입 ELT, ELF에 대한 만기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중국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망, 타 금융기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상태로 일단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서 향후 판매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이미 중단한 상태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부터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 판매를 중단하고,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27일 "지수가 회복되길 바라지만 안됐을 경우를 대비해 TF를 꾸려 대응책을 마련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같은 날 "여러가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투자·불완전판매 여부 등에 '촉각'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ELS는 홍콩H지수 고점이 형성된 2021년 상반기(1~6월) 판매돼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고점인 1만2000선을 넘기도 했으나 이내 폭락해 현재는 5000대 후반~6000초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일각서는 홍콩H지수가 내년 상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5800선을 유지하는 경우 약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예상한다. 

자료=구글 금융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또는 개별종목 가격)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원금비보장형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다. 만기까지 정해진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률을 지급받고 상환할 수 있지만, 정해진 기준 아래로 하락(녹인)하면 투자 원금의 손실이 가능하고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적합성 원칙이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금융소비자의 재산상황, 계약체결의 목적, 경험 등에 비춰 금융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금융상품의 계약체결 권유를 금지하는 원칙이다.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 금지, 광고 규제와 함께 6대 판매원칙에 속한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점에서 금융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적용되는 적정성 원칙과는 차이가 난다. 

금소법은 DLF사태,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관련한 문제들이 발생해 금융상품 판매와 가입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금융소비자 권리 및 금융회사 책임 강화를 위해 기존의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 개별업권 법령에 포함돼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규제를 통합한 법률로 2021년 3월 발효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ELS를) 알고 투자했으면 사실 은행이라도 문제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판매 프로세스가 불완전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판매한 건은 당연히 책임지고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당국은 이날 은행이 내부통제 등 시스템을 잘 갖추면 ELS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해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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