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물적분할 넘었지만...주총 강행 역풍 만만찮아"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 안건이 통과됐지만, 파장이 만만찮다.
3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법인분할 승인에 대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현장 실사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면서 현대중공업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거리로 나온 현대중공업 노조, ’주총 무효소송‘ 예고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안건이 승인되자 노조는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당시 주총장을 기존 한미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으로 황급히 변경해 안건을 처리하자, 노조가 ‘원천무효'를 외치며 투쟁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고 울산 본사 내 노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주들이 변경된 장소 및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총과 함께 주총 원천 무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을 통해 소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민주노총 금속노조는기자회견을 열고 "1970년대 '체육관 선거'와 2019년 현대중공업 '체육관 주총'은 무엇이 다른가"라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엇 하나 지켜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법주총 물적 분할 원천무효를 걸고 전면 파업을 비롯한 현장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현대중공업에 맞서 투쟁한다”고 선언했다.
재판부는 이번 주총 과정에서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주 입장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사 측이 강제금 집행을 신청하면 노조 위법 행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조의 반발에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도 재차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는 직원들에게 "법인분할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분할 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한다"며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 실사단 막아선 대우조선해양 노조, 대화조차 완강히 거부
대우조선해양의 현장 실사작업이 첫날부터 수포로 돌아갔다.
이날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9시20분경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았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의 출입문 봉쇄에 4시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현장실사는 현대중공업이 4월1일부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실사의 마지막 절차로, 이달 3일부터 착수해 14일까지 끝내겠다는 게 목표다.
실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자산인 옥포조선소를 찾아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에 있는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을 파악하고 선박·해양플랜트 공정률 등을 확인해야한다.
이날 실사단은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노조에 대화를 시도했으나,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이 매수 철회를 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하면서 대화마저 불발됐다.
당시 현장에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 등 노조 추산 400여명이 모여 현장실사단 진입을 막아섰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특혜 매각 반대를 철회해라', '현대중공업 주총 무효해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며 투쟁을 이어갔다.
이처럼 노조원들의 완강한 저지가 계속되면서 실사단이 현장실사 작업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이 지난 2008년 추진한 회사 매각 때에도 인수 후보 4개 기업이 보낸 실사단을 막은 바 있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4개 회사가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실사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노조가 출입문과 헬기장을 봉쇄하는 바람에 현장실사를 건너뛰고 매각이 추진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