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잘린 두 발, 절단면에 서 있는 두 남자
[북포토] 잘린 두 발, 절단면에 서 있는 두 남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1.18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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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지음 | 요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잘린 두 발. 두 발을 묶은 흰 천. 절단면에 서 있는 두 사람. 발까지 붉은 탓에 피에 젖은 상태로 보여 더 기괴하다. 표지 속 사람들은 스키를 타는 듯 보이지만, 기계 레버를 조작하는 중이다. 두 발은 기계인 셈이다.

<회색 인간>(요다.2017)은 기기괴괴한 표지만큼이나 이색적인 소설집이다. 가상현실, 인조인간, 영생 등의 기묘한 소재를 다룬다. 표제작 ‘회색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지하 세계 인간들에게 납치당한 만 명의 사람들이 곡괭이 한 자루로 땅을 파는 강제 노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작가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설 첫 문장에 등장한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작가의 이력 또한 남다르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이번 소설집이 첫 책이다. 10여 년간 성수동 공단에서 일하며 2015년부터 짬짬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인 글이 무려 300여 편이다. 짧은 분량 독특한 소재와 서사를 바탕으로 독자층이 형성됐고 66편을 추려 책으로 엮었다.

첫 작품인 만큼 투박하고 엉성한 느낌도 있다. 이에 반해 독특한 소재와 낯선 이야기들은 소설집의 매력이다. 책은 3권의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밖에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와 <12일의 김남우>는 각각 노동조건 앞에서 누가 인간이고 누가 요괴인지 묻고, 현실적 상황을 비튼 작품이 수록됐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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