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싸인 덕혜옹주와 감동 만남
베일싸인 덕혜옹주와 감동 만남
  • 소피아 시민기자
  • 승인 2010.01.31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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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마지막 황녀..."전하 보고싶습니다"

[북데일리] 올해로 경술국치 100년,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11살 나이에 일본에 볼모로 끌려갔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에 대한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이승만 정부는 영친왕의 존재가 해방 이후 정국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을 우려해 귀국을 허용치 않았다. 그로인해 조국에 돌아올 수 없었던 영친왕은 56년만인, 1963년에야 고국 땅을 밟았다. 이후 한국 국적을 겨우 얻을 수 있었지만 들것에 실려 올 만큼 늙고 병든 몸이었다. 

뉴스엔 영친왕의 동생 덕혜옹주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됐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역사 속 인물들로만 여겼던 조선 황족들에 대한 호기심 생겼다. 또 덕혜옹주에 관한 책이 최근에 출간된 사실이 떠올랐다.

<덕혜옹주>(다산책방, 2009)는 권비영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우연히 대마도 여행을 다녀온 직후, 덕혜옹주의 ‘한 많은 삶’을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설은 덕혜옹주를 모셨던 나인, ‘복순’이 정신병원에서 옹주를 탈출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종 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옹주. 고종은 그녀가 ‘공부’라는 명분으로 어린 나이에 일본에 간 영친왕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쓴다. 일본 유학생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볼모로, 일본은 조선황실을 일본화시켜 독립에 대한 염원을 뿌리 채 뽑아버리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고종은 독살되고, 어린 옹주는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 일본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은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조선의 황녀임을 잊지 않고, 조선으로 돌아가기만을 염원하며 마음을 열지 않는다. 끊임없는 감시와 외로움으로 그녀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딸, ‘정혜’ (일본식 이름, ‘마사에’)가 태어난다. 옹주는 딸을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으로 키워, 조선에 꼭 함께 데려가겠다는 열망을 키운다. 하지만 정혜는 엄마가 조선인 이라는 사실을 원망하며 그녀를 멀리한다.

45년, 드디어 일본이 패망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이 돌아오지만, 정혜의 방황과 반항은 계속된다. 건강상태가 더 악화된 옹주는 남편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또한 정혜는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종적을 감춘다.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여러 해 동안 혼자 지내던 옹주는 모두에게 잊혀진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나 어린 시절 고종에 의해 옹주의 약혼자로 내정되었던  ‘김장한’은 그녀를 절대 잊을 수 없었고, 마침내 그녀를 구해낸다.

그녀는 조국에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p401) 의식이 또렷한 날에 썼다는 그녀의 글에 마음 뭉클하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과 슬픈 눈빛을 지닌 표지 그림의 소녀가 말하는 듯하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어울어진 이 책은 한번에 술술 읽힌다. 이전까지 존재 자체도 알려지지 않았던 덕혜옹주에 대해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조선의 황제와 황족들, 나라를 절절히 생각하며 살았을 많은 선조들을 떠올려 본다.

조국이 독립했음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유령처럼’ 떠돌았던 그들의 삶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가족, 모든 것을 다 바쳤던 열사들에 대한 평가와 그 자손들에 대한 처우가 이제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리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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