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채무 조정안 극적 수용...대우조선 '회생'
국민연금, 채무 조정안 극적 수용...대우조선 '회생'
  • 이아람 기자
  • 승인 2017.04.1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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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구조조정 가능성 높아져...사채권자, 기업어음(CP) 투자자 동의 남아
▲ 대우조선해양이 자율 구조조정으로 갈 확률이 높아졌다. (사진=이아람 기자)

[화이트페이퍼=이아람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을 놓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줄다리기 한 협상이 끝났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합의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 자율 구조조정에 나설 확률이 높아졌다.

■ 지난달부터 시작된 마라톤 협상…결국 결실

17일 새벽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내놓은 회사채 상환이행 보강조치를 수익성·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했다”며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는 게 기금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까지 양측이 대면 협상만 네 번, 실무 접촉도 열 번이 넘는다. 특히 지난 13일 양측의 최고위급간 만남 이후 주말까지 후속협상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발표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두드러진 의견 개진을 삼가던 기존의 모습과 다르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태도로 산업은행을 당황케 했다.

국민연금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 눈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미 ‘최순실 사태’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만큼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에 국민연금은 깐깐한 태도로 산업은행을 압박했다. 산은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타당성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퇴짜 놓고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더불어 산은의 추가 감자, 회사채 원금의 일부 상환 또는 상환보증,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 가액 조정 등을 요구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담당 실장, 대우조선, 회계·법무법인 관계자는 함께 직접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를 찾았다. 대우조선의 재무 현황과 유동성 전망, 경영개선 계획, 채무 재조정의 적정성, 법률적 위험 등 광범위한 내용을 설명하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소득은 없었다.

이어진 두 번째 대면은 지난 9일에 이뤄졌다. 국민 연금이 산은 본점을 찾아 종합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산은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신 만기를 연장하는 회사채에 대해 대우조선이 우선 상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절충안을 내놨고 또 다시 합의는 무산됐다.

세번째 대면 협상은 국민연금 요구로 정용석 산은 부행장이 기금운용본부를 찾아가며 성사됐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실사 내용을 검증할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상환을 7월까지 연기하는 대신 그때까지 사채권자 집회를 미루고 채무 재조정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산은은 거절했다.

■ P플랜 도입 문턱에서 극적 합의

평행선을 달리던 양 기관은 13일 오후 이동걸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나 논의하며 합의의 가능성이 확대됐다.

양 기관의 수뇌부가 세시간 반동안 대화하며 오해를 풀고 서로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하며 채무 재조정의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이 대면으로 양측은 큰 틀에 공감하고 실무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은 14일까지 밤샘 마라톤협상을 진행하며 산은의 새로운 제안을 검토했다.

산은이 한발 물러서 당시 만기 연장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에스크로 계좌를 제시했다. 산은이 만기 상환일이 오기 전 회사채 원리금 상환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미리 떼어 넣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더 확실한 안전이 보장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산은에게 상환을 보증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산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의 협상이 다시 한 번 삐걱대자 금융당국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 돌입 준비 사항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산은은 이튿날인 15일 오후 자율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즉시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 계좌에 사채권자가 청산 시 건질 수 있는 회사채의 청산가치분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우선 제공하기로 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회사채의 조기 상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마지막 카드를 내놨고 국민연금이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이번 국민연금 합의로 대우조선의 자율적 구조조정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 큰 산 넘은 대우조선해양…남은 고비들도 무사히 넘길까

회사채의 가장 많은 비율을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의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큰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려면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와 기업어음(CP)투자자들의 동의가 남아있다.

특히 사채권자 집회 가결 요건은 각 회차마다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동의'지만 CP는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우정사업본부나 신협 등은 아직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내면 산은과 수은은 이달 말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 최근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즉시 발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부결되거나 기업어음(CP)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P플랜 신청도 준비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부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다섯 차례 집회 중 한 번이라도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전체 채무조정안이 무산되는 '크로스 디폴트'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번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는 기관이 P플랜 돌입의 책임을 지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라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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