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부전승의 인문학
[책속의 명문장] 부전승의 인문학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3.07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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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부전승으로 승리하면 이긴 사람도 보는 사람도 뭔가 싱거운 느낌이다.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해 그렇고, 흥미진진한 경쟁을 보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경쟁에서 최고의 책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부전승이 최고의 승리법이라는 <문과 출신입니다만>(와이즈베리.2017)의 인터뷰이 도완고 대표이사 가와카미 노부오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부전승은 그저 경쟁을 피해 승리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라는 데만 있지 않다. 권력 사회가 주장하는 정정당당한 규칙을 깨고 ‘내가 이길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부전승의 길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입시 전쟁을 뚫고 올라온 엘리트들이 권력을 쥐며 만든 사고법이라는 견해에서 나온 말이다. 진짜 승리는 사회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기습으로 쟁취한 압승이다.

이를테면 88 서울올림픽 100m 배영 경기에서 스즈키 다이치 선수가 ‘배설로 킥 영법’으로 금메달을 딴 경우다. 당시 출발하자마자 잠수해 두 발을 가지런히 해 물을 차는 수영법인 배설로 킥 영법은 제한에 없는 규칙이었다. 규칙이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이길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금메달이라는 압승을 이뤘던 것.

또 우유부단은 현명함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바로바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는 풍조는 그저 순발력을 평가할 뿐, 현명함은 아니다. 장기나 바둑의 한 수는 주어진 시간의 9할을 생각으로 소비하고 나머지 1할로 움직이듯 우유부단함은 치열한 생각의 결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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