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약복용한 작가 '사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신간] 마약복용한 작가 '사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2.2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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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이화경 지음 | 행성B잎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강렬함을 넘어 쎈 여성작가로 프랑수아즈 사강을 지나치면 서운하다.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는 사강의 법정 일화만 보더라도 쎈 여자의 포스가 물씬 풍긴다.

법정에 수의를 입은 채 피곤인의 자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알고 보니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된 자리였다. 은발의 노작가는 반성의 기미도 없이 불손한 태도를 가리지 않았다.

화제였던 이 일화를 소개한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행성B잎새.2017)의 작가는 노작가 사강의 오만한 발언이 심장 한복판을 뚫고 들어와 강력하게 진동했다고 고백했다. 근본적인 물음이 그의 발언을 통해 이끌려 나와서다.

바로 중독과 탐닉의 경계, 전상과 비정상의 문턱, 광기와 이성이 갈림길, 도전과 위반의 가름, 선과 악의 틈, 그리고 주체와 타자의 선(線)에 대해서다. 누구도 명료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실존적 질의들이다.

사강의 도발적인 발언은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답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정한 규범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았다. 술과 담배는 기본, 도박, 스피드를 거쳐 말년에는 마약 중독까지 문학계의 작은 악마다운 발언이다.

저자는 그의 삶을 “컵 가장자리에 부서지는 미친 바다” 같다 비유한다. 책은 사강, 수전 손택, 버지니아 울프, 한나 아렌트 등 시대를 앞서 살아간 10인의 여류작가와 진한 대화를 나눈다.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인생에 서사를 더해 재구성했다.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줄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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