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접시당 초밥 두 개... 2차 세계대전 결과물
[책속에 이런일이] 접시당 초밥 두 개... 2차 세계대전 결과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2.14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회전초밥집에 가면 어디나 비슷하게 작은 접시에 초밥이 두 개씩 놓여 있다. 왜 하필 두 개일까.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결과다.

무척 의아한 이야기지만 패전은 접시에 놓이는 초밥 개수에 영향을 끼쳤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일본은 패전국이 겪는 극심한 식량난을 피할 수 없었다. 전쟁에 참패한 데다 식민지에서 수탈해 오던 곡식이 끊기고 패잔병과 해외 거주민 150만 명이 한꺼번에 돌아와서다.

당시 쌀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 쌀값은 130배가 뛰었다. 굶주림에 사망한 사람만 1,000만 명에 육박했고 일본인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생선도 마찬가지였다. 어획량 감소는 물론 어선도 태부족이었다.

이에 1947년 7월 당시 일본 총리는 타개책으로 음식점 영업 긴급조치령을 발표했다. 여관과 다방, 배급허가권을 취급하는 식당 외에 일체 음식점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식량 절약을 위해 여행, 일반인의 외식을 금지했다.

이때 누군가 쌀을 가져오는 사람에 한해 수수료를 받고 초밥을 만들어 주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식을 과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긴급조치령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아 도쿄 시청은 이 그럴듯한 논리를 받아들인다. 다만, 제한 조건을 만들어 1인당 쌀 한 홉으로 초밥 10개까지만 교환토록 했다. 이 양이 바로 지금의 10개 정도 초밥이다.

또한, 생선도 모자라 초밥 하나하나를 다른 생선으로 만들 수 없어 같은 종류의 초밥 두 개씩을 만들어 한 접시에 담아 서비스한 것도 이때부터다. 초밥 1인분을 시키면 접시에 대략 10개의 초밥이 나오는 관습도 이런 사연에서 비롯됐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더난출판사.2016)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초밥 두 개에 숨어 있는 비운의 역사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