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술 취한 런던 거리... 아이 떨어져도 몰라
[북포토] 술 취한 런던 거리... 아이 떨어져도 몰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2.09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하는 술꾼> 벤 맥팔랜드, 톰 샌드햄 지음 | 정미나 옮김 | 시그마북스
[윌리엄 호가스 <진 거리>1751, 판화, 영국 박물관 소장] 사진ⓒ시그마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난간 밖으로 아이가 떨어지고 있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는 상체를 다 드러낸 채 이를 모르는 듯 계단에 걸터앉아 있다. 갈비뼈가 다 드러나도록 마른 앙상한 한 남자는 죽었는지 미동 없는 모습으로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있다. 충격적인 장면은 그림 곳곳에 즐비하다.

독창적인 영국 미술가로 꼽히는 윌리엄 호가스의 ‘진 거리’다. 제목 그대로 독한 술인 진에 절어있는 런던 도시의 거리를 그려냈다. 진 광풍이라 불리던 1720년대 말 런던은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였다.

5세 이하의 아이들 가운데 무려 75%가 죽어 나갔고, 사망률이 출생률을 앞질렀던 시대다. 1730년대에 이르면 성인 남녀는 물론 아이들까지 일주일에 2파인트, 1ℓ 넘게 진을 마셨다. 이에 따른 폭력, 범죄,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 사고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그림은 1734년 가난에 찌들고 진에 중독된 주디스 디포라는 여자가 자기 아이를 죽이고 아기의 옷을 팔아 그 돈으로 술을 사마셨다는 충격적인 뉴스 보도 후 탄생했다. 영국 정부가 호가스에게 풍자 스케치를 부탁한 것. <생각하는 술꾼>(시그마북스.2017)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그림에 담긴 사회적 문제를 소위 ‘진 전염병’에만 몰아넣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한다. 당시 사람들이 알코올에서 도피처를 찾은 이유는 극심한 빈곤 때문이었다. 그림에 담긴 의미는 더 광범위하며 영국 정부의 무능을 비난한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