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여성 리더가 드문 이유... '여자도 아내가 필요해'
[추천! 이 책] 여성 리더가 드문 이유... '여자도 아내가 필요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1.1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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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정희진 (해제) 지음 |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여자도 아내가 필요하다.” <아내 가뭄>(동양북스.2016)의 저자이자 호주의 정치부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 애너벨 크랩의 말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자들의 버거움을 ‘엄마라면 당연한’일로 치부하고 가사 노동을 ‘집안일’로 사소화 하는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닌가 보다.

책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가사 노동에 대한 OECD 국가의 평균 통계를 보면 남성은 2시간 21분, 아내는 4시간 33분으로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편은 40분, 아내는 3시간 14분으로 차이는 무려 다섯 배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여성은 생계 부양 능력이 향상돼도 가사 노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가사 노동의 차이는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었음에도 여성 CEO, 여성 정치인, 여성 리더가 드문 이유는 여성들이 도전하지 않거나 여성 인재풀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성들이 자신과 같은 남성들만 승진시키기 때문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아내’가 집안에 부족한 탓이라는 것.

저자는 ‘아내’를 ‘집 안 여기저기 쌓여가는 무급 노동을 더 많이 하려고 유급 노동을 그만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런 특별한 국가적 자원을 오직 남자들만 ‘아내 이용권’으로 사용하는 불평등한 가사 노동의 현실을 지적한다.

책은 가사 노동을 둘러싼 호주의 불합리한 노동시장 구조를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 시장 시스템에서 여성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남성들은 일터에 갇혀 있다고 느낀다.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이들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는 남편의 가사 무능력은 유머로 취급하지만, 아내의 가사 무능력은 혐오한다. 또 육아와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시도하는 남성들은 일터에서 차별적 시선을 받는 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가사 노동에 대한 견고한 편견, 이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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