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늑장 공시...꼼수 막는 해법 없을까
올빼미·늑장 공시...꼼수 막는 해법 없을까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7.01.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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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취약한 중기, 기업 내부정보관리 시스템 강화해야"
▲ 올빼미 공시, 늑장 공시 등을 막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취약한 정보관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지난 10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는 정정공시 기한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공시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국의 노력에도 올빼미 공시 등 기업의 꼼수 공시 행태는 여전하다. 

특히 체계가 없거나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회사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체 내부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공시제도 개선안'에도 여전한 꼼수 공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늑장 공시로 인한 개인 투자자 손해를 막기 위해 △정정공시 기한 단축(익일공시->당일공시) △기술이전 자율공시 항목 의무공시 △공시 구체화 △공시위반시 제재금 상한액 5배 조정 △교육 강화 등을 담은 '공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30일,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뒤늦게 공시해 개인투자자를 분노케 했다. 계약해지가 이미 임직원들과 기관투자자에 알려지고, 공시가 발생하기 전에 공매도가 발생해 회사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긴 이들을 적발했지만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금융위의 '공시 제도 개선안'에도 증시가 폐장된 지난달 30일, 휴장을 노린 악재성 공시가 대거 쏟아졌다. 경영권 분쟁 소송, 채무발생, 공급계약 축소 및 해지, 채무보증 등이 하룻 사이 범람했다. 금융위 개선안이 나온지 채 한달이 지나지 않고서다.

이와 같은 올빼미 공시는 코스닥 시장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는 기업에 중요하지만 불리한 사항을 장 마감 후나 주말 또는 연휴 직전에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의 관심이 적어지는 시간을 이용해 민감한 내용을 공시해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다.

이날 TCC동양은 계열사 채무 556억원, 자기자본의 64.66% 규모의 대규모 채무보증을 공시했고, 사조동아원은 최대주주 한국제분의 250억원 규모에 대한 채무보증을 1년 연장한다고 같은날 발표했다. 와이오엠 역시 적자 패션사업 부문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이모션은 경영권 분쟁 소송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모두 같은 날 나온 코스닥 기업 악재성 공시다.

■ 중소기업 위주 '정보 내부관리 시스템' 구축, 강화해야

위법을 요리조리 피해간 공시 사례는 앞으로도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제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적으로 자체정보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잘못된 공시는 내부자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발생가능성, 불성실한 공시 이행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며 "기업이 내부정보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통제했느냐에 따라 막을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 임직원은 사내 정보를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자칫 정보를 이용해 거래 이익을 남기고 싶은 유혹에 휘말리기 쉽다. 때문에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사내 정보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특히 내부 정보 관리체제가 허술한 중소기업을 위주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윤모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스스로 기업 내부에 미공개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부서나 인력이 마련돼 있지만, 코스닥 회사는 자체적으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취약하다"며 "제대로 정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담당부서가 필요하며, 이 곳에 모든 정보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정이 어려워진 중소 기업은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더 부실해질 수 있고, 이는 잘못된 공시, 투자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IPO(기업공개)로 모은 자금은 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때문에 자본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투자자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고지해야 하는 적절한 공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하다면 시스템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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