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작품이 비슷해졌다' 예술가로서의 사망 전초전
[30초 책읽기] '작품이 비슷해졌다' 예술가로서의 사망 전초전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8.29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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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호리 다쓰오 (해설) 지음 | 정수윤 옮김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나뭇가지 위 송충이 한 마리는 기온, 날씨, 조류와 같은 적 때문에 끊임없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예술가 역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송충이처럼 위험을 견뎌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정체되는 일이다. 아니, 예술의 영역에 정체란 없다. 진보하지 않으면 반드시 퇴보한다. 예술가가 퇴보할 때는 꼭 어떤 자동 작용이 일어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온통 비슷한 작품들만 써낸다는 뜻이다. 자동 작용이 시작되면 예술가로서 죽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 나 역시 <용>을 썼을 때 명백히 이런 종류의 죽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한빛비즈.2016) 중에서

자동 작용, 예술가가 가장 피하고 싶은 마지막 그림이 아닐까. 어슷비슷한 작품들만 생산하는 작가 자신도 알리라. 그래서일까. 이 글을 쓴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향년 35세,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신경쇠약, 불면증에 시달렸던 예민한 예술가였다.

뛰어난 예술인들이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유도 예술가로서 죽을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을 등지는 순간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삶이 결국은 한때의 숨결일 뿐이라는 초월적 통찰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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