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키워야 구조조정이 선다] (하) “자본시장을 구조조정 ‘젖줄’로 삼게 하라”
[시장 키워야 구조조정이 선다] (하) “자본시장을 구조조정 ‘젖줄’로 삼게 하라”
  • 최진영 기자
  • 승인 2016.06.13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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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시장 통한 구조조정 노력 거듭 촉구..금융위는 딴소리로 눈총
▲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프로젝트의 운영방식 (그림=금융위원회)

[화이트페이퍼=최진영 기자] 자본시장에 구조조정 역할을 맡기는 것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해법이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활용하자는 방안부터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까지 다채롭다. 또한 이익추구 생리에 충실한 사모펀드가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수행할 경우 부정적 후유증이 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처럼 민간 전문가 사이에선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한 반면에 정부는 눈 가리고 귀막은 채 정부주도 관치금융으로 풀겠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진행과정 내내 부적적한 처방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치에 집착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짜고 있는 셈이다.

■ ‘PEF’ 구조조정 자금수혈엔 적격이긴 한데...

자본시장 연구원 박용린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10월 이미 PEF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주창한 바 있다. 박 실장의 방안은 기업구조조정을 부실 유형별, 주체별로 별도의 PEF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일부 중견기업 구조조정과 같이 항시적으로 발생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블라인드 펀드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섹터와 대기업 그룹은 프로젝트 펀드로 구성해 기업재무안정PEF를 구성하자는 취지다. 

또한 정책금융이 마중물역할을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책금융이 앵커투자자가 돼 기업재무안정 PEF를 결성해 채권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빈기범 부교수도 PEF를 기업구조조정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점에 동의했다. 그 과정에서 앵커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기관이나 국책은행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자본시장 여건상 정부기관이 기업의 주주로 참여하지 않는 한,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에 적극 관여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다. 

또한 빈 교수는 국책은행, 기관, 법원 등이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기업재무안정 성격을 띤 신규자본을 흡수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PEF가 구조조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연구차원에서 PEF를 구조조정에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PEF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실제 경제에 주는 후유증이 너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례로 그는 인력감원이 과도하게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 “PEF가 주도하는 기업구조조정에서 노동자들은 수익극대화 논리에 밀려 인력감원 고통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유암코 프로젝트 주도했던 금융위 중요한 순간에 관치로 급선회

지난해 10월 22일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통해 민간 주도·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급박해지자 자동폐기된 모양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구조조정 대상기업 선정과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PEF를 가동하는 것이 뼈대였다. 기업재무안정의 성격의 PEF는 채권·주식·부동산에 투자되며 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본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에도 관여하게 된다.

이에 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기존에 출자 1조원, 대출5000억원 규모에서 출자 1조2500억원, 대출2조원으로 출자·대출약정을 확대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1월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프로젝트는 출범까지 마쳤던 터였다.

프로젝트는 기존에 부실기업 채권을 은행별로 사들인 것과 달리 채권단 전체가 보유한 NPL을 일괄 매입한다.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으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새 주인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종선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은 “유암코 기업구조조정 프로젝트는 채권자들이 NPL을 처리할 창구를 다양화하고 구조조정 대상회사에게는 자금 유치에 따른 조기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높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시장에는 기업구조조정 관련 신규 투자가능 영역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실기업의 정상화에 따른 투자시장의 동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8일 제1차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한국은행에 구조조정 자금조달을 의존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급한 불만 끄고보자는 천수답 기업구조조정 정책을 되풀이 하려는 이같은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자본시장을 통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정상적인 시스템은 발붙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 모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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