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키케로 연설문 암기, 아테네 정치가 시민 2만명 이름 외워... 2500년 된 기억법 '기억의 궁전'
[추천! 이 책] 키케로 연설문 암기, 아테네 정치가 시민 2만명 이름 외워... 2500년 된 기억법 '기억의 궁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6.0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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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조슈아 포어 지음 | 류현 옮김 | 갤리온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편리함과 함께 '디지털 치매'를 가져다 주었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기억의 필요성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기억력은 영원히 퇴화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잊고 있었던 내 안의 기억저장 방법을 다시 꺼내면 된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갤리온. 2016)의 저자 조슈아 포어는 평범한 과학 기자였다. 그는 뉴욕에서 열리는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을 취재하러 갔다 참가 선수들로부터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건망증이 있던 그는 대회의 챔피언 출신인 에드 쿡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그 중 하나는 키케로가 연설문을 암기하고 중세 학자들이 책을 통째로 암송하기 위해 사용했던 2,500년 된 기억법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명된 ‘기억의 궁전’이란 기억법을 말한다. 이 기술은 특히 중세에 성경을 포함한 종교서적이나 설교문, 기도문 등을 암송하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이 기억의 궁전은 진짜 궁전이나 건물일 필요는 없다. 크든 작든, 실내든 실외든, 실존하는 것이든 가상의 것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한 장소가 다음 장소와 잇닿아 있어야 하고, 눈에 선할 만큼 친숙한 곳이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첫 번째 기억의 궁전으로는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좋다.

그 다음, 기억해야 할 사실이나 대상들을 생생한 이미지로 바꾼다. 이때 이미지는 재미있고, 외설스럽고, 색다르게 만들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고양이 복장을 하고 가르랑거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새빨간 와인을 마시는 테레사 수녀, 해변에 누워 일광욕 중인 소시지처럼 비일상적인 것들은 잘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구석구석에 그 이미지들을 보관한다. 그것들을 떠올리고 싶으면 그 기억의 궁전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마늘 피클, 코티지치즈, 훈제 연어 등의 장보기 목록을 기억하고 싶다면 각 장소에 이미지를 놓아둔다.

“차고 앞에 커다란 마늘 피클 병을 두고, 코티지치즈가 뒤범벅인 탕 안에서 클라우디아 쉬퍼가 옷을 홀딱 벗고 목욕하고 있고, 거실에 있는 피아노 줄 위에 향긋한 훈제 연어가 올려 있다.” (162쪽)

아테네의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이 기억법으로 2만 명이나 되는 아테네 시민들 이름을 모두 외웠다한다.

저자는 이 기억법을 사용해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다. 그는 1년 동안 하루 1시간씩 훈련을 한다. 2006년에 그는 전미 기억력 챔피언십에 참가해 우승을 한다.

그가 “타고난 기억력이란 없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내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기억력 저하로 고민인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만하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오히려 우리가 잘 잊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뿐.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본인에 맞게 응용해 보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소 낯설고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간의 기억에 관한 교양서로서는 손색이 없고 흥미롭다. ‘뉴욕타임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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