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나는 소방관이다” 우리 곁을 지키는 영웅들
[추천! 이 책] “나는 소방관이다” 우리 곁을 지키는 영웅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24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흉흉한 기사들이 언론을 도배해도 우리 곁에 영웅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받는다.

어느 깊어가는 겨울 새벽 4시 40분. 구급대 출동 지령 벨이 울렸다. 태어난 지 2개월 영아의 무호흡, 긴박한 출동과 초기 응급 처치도 나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아이를 받아들었지만 아이 얼굴에는 청색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절망은 구급대원의 몫이 아니다. 그들은 아기를 품에 안고 손가락 두 개를 세워 가슴 압박을 하며 응급실로 내달렸다.

응급실 담당의가 아기를 살폈지만, 아이 위로 하얀 시트를 올렸다. SIDS 영아 돌연사 증후군이었다. 작은 아기를 품에 안아 든 아이의 아비는 울부짖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구급대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또 한 번의 이별을 지켜봐야 했다. 이를 꽉 문 채.

소방관이 쓴 소방관 이야기 <어느 소방관의 기도>(쌤앤파커스.2016) 첫 장면이다. 매일 죽음을 보고, 때론 죽어가는 생명에 구원의 손길을 건네는 소리 없는 작은 영웅들 이야기다. 책은 담담하지 않다. 그렇다고 자기 일을 미화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일 자체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기에.

어느 일요일 대낮, 주택가에 난 불은 관할 진압대의 초기 진화에 성공으로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현장에는 독성 가스와 수증기로 꽉 차있었다. 저자는 구조 버스에서 뛰어내린 순간 어느 진압대원 품에 안겨 있는 돌돌 말린 이불을 마주했다. 아이였다.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가 깔고 있던 낡은 전기장판이 화재 시작점. 그렇게 또 작은 생명을 떠나보낸다.

책은 이렇듯 긴박한 출동이 빈번하지만 오늘날 119구급 차량은 친절 대응이라는 지침 아래 만취자를 상대하는 등 일종의 택시가 되어 있다고 토로한다. 심정지, 중증 외상 등의 응급 환자를 위한 설치가 목적이었지만, 비응급 이송을 거절할 경우 경위서부터 민원을 제기한 시민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이 현주소다.

게다가 소방대원은 정부 소속이 아니다. 전국 소방관의 99.7%가 17개 시도의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지역 행정청의 예산이 적으면 소방 장비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한다. 낡은 장비도 부족한 소방 인력 보충도 어렵다. 책에 따르면 아직도 남아 있는 1인 소방서가 있다. 24시간 홀로 근무하며 지켜야 한다.

특히 우리는 언론을 믿지 않으며 여론에 의지하지도 않는다는 소방관의 다짐이 폐부를 찌른다. 그는 비극은 강조하되 개선 대책에 대한 소식은 너무도 드물고 더딘 현실에 그저 기도할 뿐이라 말한다. 하루빨리 소방관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많은 사람이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길 바란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