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밑의 세계사> 이영숙 지음 | 창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말레이시아에는 배려가 만든 불문율이 있다. 관광지라도 푸드 코트에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요리가 없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대표적인 다민족, 다인종 사회다. 원주민뿐만 아니라 중국계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많은 이주민이 거주한다. 이에 따른 종교, 문화, 언어의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다양성만큼이나 문화적 금기가 상충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심각한 인종 갈등이나 문화적 대립 없이 다양함을 누린다. 말레이시아 푸드 코트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요리를 볼 수 없는 것도 말레이시아의 배려문화 때문이다.
힌두교에서는 소고기를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이 때문에 푸드 코트의 고기 요리로는 온통 닭튀김, 닭 꼬치, 닭 바비큐 등 닭고기를 활용한 음식뿐이다.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만큼 서로를 불쾌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건 아니다. 각자의 종교와 문화에 따라 먹고 싶을 때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이 내용은 <지붕 밑의 세계사>(창비.2015)가 전하는 이야기다. 한편 이해와 관용이 만든 배려 뒤편엔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다.
“말레이시아 식당에서는 닭만 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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