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정도전, 이방원' 조선 역사를 뒤흔든 2인자 이야기
[신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정도전, 이방원' 조선 역사를 뒤흔든 2인자 이야기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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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2인자들> 조민기 | 책비

[화이트 페이퍼]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90년대 모회사의 광고 카피였다. 하지만 이 광고 카피와는 달리 지금 수많은 2인자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나오는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들도 2인자였다.

<조선의 2인자들>(책비. 2016)은 제목대로 조선의 2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평범한 2인자들은 아니다. 권력을 향한 뜨거운 욕망으로 조선 역사를 뒤흔든 2인자들이다. 이것이 바로 2인자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책은 그들의 욕망이 어떻게 권력이 되었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책은 총 10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하륜, 수양대군, 한명회, 임사홍, 김안로, 이준경, 송익필이 그들이다.

책에 따르면 권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매우 고전적이면서도 전형적이다. 금수저를 만들어 줄 인맥과 그 인맥을 만들기 위한 경제력을 갖는 것이다. 책 속에 담긴 2인자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인맥’과 뜻밖의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왕실과 관계를 맺게 되고, 또 유지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또한 책 속 인물 관계도는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팁이다.

최근 배우 김명민이 연기해 화제가 된 ‘정도전’에 대한 책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정도전은 고려 말 벼슬을 시작했다가 문제적 인물로 낙인찍혀 긴 유배 생활을 한다. 유배가 풀린 후에도 10년 가까이 거치처럼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도전은 그 기간에 고려를 뒤집을 혁명을 구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도전은 정치에 미숙한 이성계를 찾아가 책사 역할을 자처한다. 이후 그는 조선의 건국과 함께 이성계를 왕으로 세운다. 정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상 중심의 신권정치를 꿈꾼 그는 사병혁파를 실시하며 요동정벌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정도전은 결국 왕자의 난을 일으킨 이방원의 칼에 최후를 맞는다.

한편 책에서 죽음을 맞기 전 정도전의 모습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사뭇 다르다. 드라마에서 정도전은 ‘고단하구나, 방원아’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 때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정도전의 모습은 ‘잔트가르(최강의 사내를 가리키는 몽골어)’라 불릴 만큼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책 속 역사의 기록에 따르다. 정도전은 죽기 전 이방원에게 ‘예전에 공이 나를 살린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살려 주소서.’라고 말하며 생명을 구걸한다. 책에서 언급한 대로, 실록은 승자의 기록이기에 이방원의 시선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속에서 1인자의 자리에 앉았던 임금은 26명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넘보던 2인자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책은 ‘조선’이라는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2인자들’을 골라 그들의 생생한 민낯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또한 토막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성리학, 과거제도, 사화 등에 대한 알찬 정보도 제공한다. 참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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