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기녀의 시집?
[책속의 지식]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기녀의 시집?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1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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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 곽재구 지음 | 곽재구 사진 | 문학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뭘까. 곽재구 시인은 <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문학판.2016)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혹자는 조선시대 매창(梅窓)이라는 기녀의 시집이 우리나라 최초의 베스트셀러라고 주장한다는 내용이다. 다음은 16세기 조선 부안 지방의 기녀 매창이 남긴 시다.

‘그리운 마음 말로 다할 수 없어라

밤새 잠 못 들고 머리칼마다 눈 내렸네

그리운 이여 내 마음의 괴로움 알고 있으신지

손가락 살이 빠져 주시고 간 금가락지 끼울 수 없네’ - 규원(閨怨) (165쪽)

얼마나 큰 그리움이었기에 손가락 살마저 빠졌을까. 정표로 남은 금가락지를 끼울 수 없는 매창의 현실이 애잔하다.

책에 따르면 매창은 비록 기녀의 신분이었지만, 그의 시와 맑은 성품은 널리 알려져 유희경, 허균과 같은 당대 묵객과 시담을 나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인근의 개암사에서 떠도는 시편들을 모아 매창집(梅窓集)을 펴냈다. 혹자들이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라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이 매창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개암사는 목판을 계속 찍어내느라 재정이 고갈될 정도였다. 그러다 결국 목판을 파손했다는 내용이다. 인기를 감당할 수 없어 원본을 없애야 했다니, 지금으로 치자면 베스트셀러나 다름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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