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오래 두루 읽히는 시 콘서트
오래 오래 두루 읽히는 시 콘서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9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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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콘서트> 유종인, 정병근, 차준완 (엮음) 지음 | 사닥다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시를 모은 책 <시가 있는 콘서트>(사닥다리. 2016)가 새로 출간됐다. 책은 우리 현대시사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작품들을 가려 뽑았다. 육당 최남선의 시부터 200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고은 시인의 ‘만월’, 정지용의 ‘장수산’,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등을 실었다.

여기에 유종인과 정병근 두 시인이 해설을 곁들이고 사진작가 차준완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일부와 이 시에 대한 설명이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 이 흰 바람벽에 / 희미한 십오촉燭 전등이 지친 불빛을 내어던지고 / 때글은 낡은 무명 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 (중략)” (144쪽)

유종인 시인은 이 시를 읽으면 ‘객지’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전한다. 고향이나 제 집이 있지 않은 곳 말이다.

“객지에서 시인은 지나온 삶의 다수굿하고 정겨운 풍경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린다. 낯설고 외로운 객지에 처한 시인의 속내가 조금은 처절하게 스치듯 읽히는 대목들이 이어진다. (...) 시인은 그런 정겹고 사랑스럽고 따스한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통째로 허공에 들어 올리듯 말하고 있다.” (147쪽)

백석은 객지의 적막과 외로움 속에 “그 따뜻한 슬픔과 넘치는 사랑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는 것.

시인의 해설로 읽는 명시들. 유 시인은 “우리가 잊거나 놓치고 있던 마음을 보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길” 권한다. 평소 어렵다고 생각되는 시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교과서를 통해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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