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돌보는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
아이를 돌보는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1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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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국내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이형의 세번째 소설집 <러브 레플리카>(문학동네. 2016)가 출간됐다. 그녀는 제5회와 제6회 젊은작가상과 제5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는 수상작 <쿤의 여행>과 <루카>를 포함해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생소한 제목들 만큼이나 내용도 그렇다.

표제작 <러브 레플리카>에 등장하는 ‘나’는 거식증 환자다. 그 병을 “낫기 싫다는 마음과 나아야 한다는 당위 사이에서 나는 음식을 먹다가 말다가, 토하다가 말다가” 반복한다. 그 때문에 “호사스럽게 병원을 찾아다니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같은 병원에 다니는 허언증 환자 ‘경’. 허언증은 보통 “부나 학력이나 유명한 사람들과의 친분 같은, 꾸며냈을 때 자신에게 득이 되는 부분을 지어내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은 나의 죄책감과 부끄러움, 괴로움을 자신의 경험으로 복제한다.

나는 이제 치료를 끝낼 만큼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경의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어디까지가 자신의 몸인지, 자신의 생각인지조자 구별하지” 못한다. 내가 예전에 한 이야기를 자신의 것인 양 되풀이한다. 경은 “이상한 모양으로 비틀린 자기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다. 결국 나도 기이한 감정에 사로잡히는데 그 또한 내 감정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나 또한 누군가의 복제품(replica)은 아닌지...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답답한 느낌이다.

또 다른 작품 <대니>의 주인공 ‘대니’는 스물네 살의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로봇들 중 하나다. 로봇들은 우리 상황에 맞게 약간의 개조를 거친 뒤 오십 개 가정에 시범적으로 파견돼 아이들을 돌본다. ‘나’는 혼자 힘들게 손자를 보살피는 할머니다. 어느 날 대니는 나에게 “아름다워요”라며 말을 건넨다. 이로 인해 가지게 되는 둘 사이의 친밀감. 하지만 그것은 대니의 사용자가 대니인 척 장난삼아 걸었던 말이다. 그로 인해 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일흔두 살이고, 그를 사랑했고, 죽였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희미하게 사라져가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나는 여전히 살아 그것을 견딘다.” (47쪽)

작가의 SF적 상상력이 신선하다. 문학평론가 양경언은 작품 해설을 통해 윤이형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기술 문명의 폭력성과 제도성을 환기”하기 위해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시공간을 직조하는 일에 능한 작가라고.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소설가”로 평가되는 윤이형. 그녀만큼이나 작품들도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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