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글쓰기 감각은 어머니로부터!
박완서 작가의 글쓰기 감각은 어머니로부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03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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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박완서, 호원숙 (엮음) 지음 | 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나는 이번 대담집에 어머니 이름의 약자로 쓰인 ㅂ자를 자꾸 들여다 보았습니다. ㅁ자에 두 팔이 달려 하늘로 향하고 있는 ㅂ자. 그 팔은 미래로 향한 것 같기고 하고 한없이 자유로운 세계이기도 한 것 같아 보입니다.

ㅁ은 땅인 것 같기고 하고 집인 것 같기도 합니다. ㅂ은 빈 그릇 같기도 하고 책꽂이 같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땅에 몸을 붙이고 손에 흙을 묻혔지만 눈빛은 늘 미래와 변화에 관한 예지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8쪽)

고 박완서 소설가와의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달. 2016)에 대한 맏딸 호원숙의 글이다. 산문집을 내기도 한 그녀에게 어머니 박완서는 하늘과 미래, 자유이자 땅이고 집이자 큰 산이었던 듯 싶다.

박완서 작가에게도 그런 어머니가 계셨다. 최재봉 한겨레 선임기자와의 대담 중 들려주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아주 잘하셨죠. 어머니는 시골에서 드물게 글을 읽는 여자였습니다. 필사본 책을 많이 가져다 읽으셨어요. 어린 시절 방학 때 시골에 내려가면, 자다가 깨서 보면 어머니의 얘기가 계속되고, 또 자다가 깨서 보면 계속되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풀지 못한 게 한이 되어서 가슴에 무언가가 생겨서 죽었다는 얘기라든가, 맺혔던 말을 풀어놓았을 때 행복해하던 모습 같은 게 잊히지 않습니다.” (82쪽)

책에 따르면 고향 마을로 시집온 지 얼마 안 된 여자들이 박 작가의 어머니에게 편지 대필을 부탁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등잔불 밑에서 붓글씨로 그 여자들의 사연을 받아 적던 어머니. 그 여자들의 이야기에 엄마가 살을 많이 붙여 썼다. 그런데 어머니가 편지를 다 받아 적고 나서 마지막으로 읽어주면 그 여자들이 열이면 열 다 울었다. 그걸 보면 엄마가 아주 잘나 보였고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또한 엄마가 해준 이야기를 나중에 책으로 읽으면 재미가 없었다. <심청전> 같은 경우 엄마 얘기에서는 심청이가 용궁에서 눈뜨는 약을 얻어 나와서 심봉사만이 아니라, 맹인 잔치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다 눈을 뜨게 하는 걸로 돼 있었다. 만약 심봉사 한 사람만 눈을 뜬다면 다른 사람들 심정이 어떻겠는가? 아마도 그런 게 엄마의 휴머니즘 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릴 적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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