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로부터 배울 지혜? '울음 명상'
매미로부터 배울 지혜? '울음 명상'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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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문장]<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울음 명상’이 있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 동안 우는 명상이다. 울음 명상 이후에는 슬픔을 느끼는 차원이 달라진다.

류시화 시인이 일본의 하이쿠를 설명한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연금술사. 2014)에서 시를 설명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일본의 대표 시인 ‘바쇼’의 한줄 시 '하이쿠'다. 류 시인은 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원문 그대로 옮기면 ‘소리로 모두 울어 버렸구나 매미의 허물’이다. 울음으로 짧은 생을 보내는 매미. 시인은 그것을 텅 빈 매미 허물과 연결시킨다. 울음은 존재를 채우면서 동시에 비우는 힘이 있으며, 정화의 과정과 같아서 순수에 가까워진다.

일본학 학자 해럴드 헨더슨은 ‘온 존재로 울었구나/ 소리 그 자체가 될 때까지/ 매미의 허물’이라고 번역했다.

‘울음 명상’이 있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 동안 우는 명상이다. 처음엔 슬픈 일을 떠올리며 억지로 울지만 차츰 존재 깊은 곳에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던 울음이 나온다. 수많은 생의 울음이 그곳에 고스란히 숨어 있다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울음 명상 이후에는 슬픔을 느끼는 차원이 달라진다. 그때는 더 이상 축적된 슬픔이 아니게 된다. 그 전에는 온 존재로 울어 본 적이, 텅 비워 본 적이 없는 것이다." (p.60)

여름철 우리가 흔히 보고 마주치는 매미 울음과 매미 허물을 보고 시인은 한편의 시를 남겼다. 한 여름 격렬히 울어대던 매미 울음 소리가 떠오른다. ‘울음 명상’을 통해 매미 처럼 울어 깊은 슬픔을 비워버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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