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인류를 살아남게 한 아이디어는 바늘
[책속의 지식] 인류를 살아남게 한 아이디어는 바늘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11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생 멸종 진화>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지구상에 현존하는 개미는 최소 12,000종이나 된다. 그런데 인간은 오직 한 종류뿐이다.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그렇다면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 단 한 종만 살아남았을까?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의 <공생 멸종 진화>(나무,나무. 2015)에 그 답이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킬로미터인 상자 하나만 있으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개미를 다 담을 수 있다. 같은 상자에 현존하고 있는 인류 71억 명을 모두 담을 수도 있다. 개미의 크기를 생각하면 도대체 개미가 얼마나 많은지 까마득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 상자에 들어가는 개미는 최소한 12,000종이나 되지만 같은 상자에 들어가는 인류는 오직 하나의 종, 호모 사피엔스뿐이라는 것이다.” (p.249)

책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마지막 빙하기의 후기 시대에 함께 번성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키는 조금 작았지만 몸은 더 다부졌고 뇌도 더 컸다. 지구에 살았던 그 어떤 인류보다 힘이 세고 강인했다. 그런데 결국 그들은 멸종했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도구를 발명한 덕분이다.

“그것은 바로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다. (중략) 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작은 끌로 뿔과 뼈에서 쓸 만한 조각을 잘라낸 다음 그것들을 손질해 가는 바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늘에 바늘귀를 뚫었다. 그들은 가죽끈을 실로 사용했다. 여인들을 바늘을 이용해 늑대, 순록, 북극여우 같은 다양한 짐승의 털과 가죽으로 옷을 지었다. 그럼으로써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동상이나 저체온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p.257)

반면 바늘을 발명하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은 가죽옷을 몸에 걸치거나 끈으로 묶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들은 동상과 저체온증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그들은 수명이 워낙 짧아서 놀면서 배우고 사회성과 창의력을 개발하는 유년기를 잃어버렸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모든 인류를 제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데는 더 발전된 사냥 무기와 강화된 인지능력 그리고 효율적인 의복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 또한 이것의 배후에는 유년기의 ‘놀이’와 ‘바느질’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놀이와 바느질이야말로 인류의 최첨단 기술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현대의 우리는 어떤가. 바느질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에게 놀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예견된 상황에서 인류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