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가 도시 아이들의 '똥'을 외면하는 까닭
똥파리가 도시 아이들의 '똥'을 외면하는 까닭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29 0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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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 <동물 인문학> 박병상 글 / 이상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파리가 가리는 똥도 있다. 바로 도시 어린이가 싼 똥이다. 지저분한 곳이면 어김없이 있을 것 같은 파리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이야기다.

“파리는 도시 어린이가 눈 똥은 애써 외면한다. 방부제와 착색제를 두루 함유한 똥에 농약 성분이 뒤섞인 까닭이다. 그뿐인가. 항생제와 환경호르몬까지 골고루 버무려지지 않았나? 적어도 파리는 무엇이 제 새끼의 생명을 위협하는지 잘 안다. (중략)

파리가 많은 시골은 밀가루가 요긴하다고 한다. 빵을 빚기 위한 용도는 물론 아니다. 구더기가 기어 올라오는 바깥 변소에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구더기를 죽이는 밀가루는 기계로 반죽이 돼 빵이나 과자로 대량 생산된다. 기계에 밀가루가 들러붙으면 이윤 창출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가공식품 자본은 밀가루에 향료와 색소만 첨가하지 않는다.

그런 빵을 먹는 사람은 물론, 엄마 뱃속의 자식에게도 아토피를 물려줄 가능성이 크다는데, 그런 사람의 똥과 시커먼 포도를 외면하는 파리는 밀가루에 속수무책이다. 파리는 밀가루가 두렵다.”-35쪽~36쪽 중에서, 일부 수정

이뿐만 아니라 백해무익하다 여기는 파리의 역할은 반전이다. 호주 원주민은 사막을 횡단하다 파리 떼를 만나면 몸을 맡긴다. 귀와 콧구멍까지 들어간 파리가 찌든 땀을 모조리 핥아 먹어 몸을 깨끗하게 해준다. 약품과 수술도구가 모자라면 군의관은 부상 부위에 구더기를 처방한다. 곪은 부위를 먹어치울 뿐 아니라 새살이 돋도록 자극해 상처가 잘 아문다는 것이다.

생물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담은<동물 인문학>(이상북스.2015)에 소개된 내용이다.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여기는 파리가 유익을 판단하고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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