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또 다른 인생 여정의 지침`
운명은 `또 다른 인생 여정의 지침`
  • 북데일리
  • 승인 2007.09.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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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活着」은 <인생>(푸른숲 2007)의 원제이다.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뜻이다. 맞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위화는 중국문학을 이끌고 있는 거장이다. 그의 주요 작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1998년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 2004년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과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하는 등 그의 활동무대는 이제 더 이상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고상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는 작가의 당당함은 중국인 특유의 배짱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격려일까. 이 역시 서문에서 밝힌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보면 후자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또 한없이 복잡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은 푸구이란 노인의 개인사에 대한 것이요. 한 남자의 인생을 쥐고 흔들었던 중국사에 관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된 채 흔들리고 변화하는 자신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한 노인의 인생사가 바로 이 책의 전부이다.

신은 우리에게 수 많은 불공평함을 허락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공평함을 유지하신다. 바로 시간과 죽음. 어느 누구든 24시간이란 시간을 공평히 가지며 또 어느 누구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과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는 이 역시 불공평함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푸구이노인 역시 신이 공평하게 준 시간과 죽음을 갖고 태어났건만 그의 인생에 있어 시간과 죽음은 결코 공평하다 말할 수 없다. 시대를 잘 못 타고 태어난 시간의 불공평함, 그 불공평함으로 인한 가족들의 허무한 죽음. 푸구이노인은 온통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인생사에 지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도 하건만 그는 여전히 소를 친구 삼아 밭을 갈며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

푸구이노인은 자신의 인생에 획을 긋는 모든 일들을 그저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그에게 있어서는 중국사의 격동기에 태어난 것도 운명이요, 그 소용돌이 속에서 부인과 자식들, 손자마저 잃은 것도 운명이며, 그 와중에서도 자신은 살아남아 이렇게 누군가에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운명인 것이다.

운명이란 단어가 주는 힘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 한마디로 주체할 수 없는 삶의 슬픔과 기쁨도 적당히 버무려 또 다른 하나의 인생을 이루는 것. 운명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삶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찾아나서는 인생 여정의 지침일 뿐이다.

[정윤희 시민기자 unisi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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