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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소년` 피터 팬, 정신적 치료 대상?

북데일리lpi@pimedia.co.krl승인2007.08.2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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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성년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남성들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상을 ‘피터 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동명의 명작 동화에서 유래했는데 단순히 영원한 소년인 ‘피터 팬’의 인물설정에 따른다. 그런데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동화의 피터 팬 역시 치료의 대상이라는 의견이 있어 흥미롭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막은 이렇다. <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M. 배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의 나이 여섯 살 때 사고로 죽은 형의 그림자에 가려진 탓이다. 결국 애정결핍 상태로 어른이 된 그는 자신이 ‘피터 팬’이 되어 ‘웬디’에 투영된 어머니를 독차지한다. 즉, 동화 <피터 팬>은 반사회적 성격장애 증상보고서쯤 되는 셈이다.

이는 대여섯 살에 형성된 내면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적인 예. 또한 ‘세월’이라는 만병통치약이 무의식에 잠재된 장애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무의식이란 말 그대로 의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알아채기조차 힘든 까닭이다. 모든 치료는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니 그것을 깨닫는 중요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판 피터 팬들은 어찌해야할까. 모두가 동화 작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완치는 더욱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기 무의식에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있으니 안심하자. 바로 정신과 전문의 이무석 박사가 쓴 <30년만의 휴식>(비전과리더십. 2006)이다.

일종의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 책엔 실존인물 김 휴(가명) 씨가 등장한다. 그는 잘나가는 중견기업의 이사로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사내 트러블메이커이다. 넘치는 의욕이 동료들과의 불화를 야기한 탓이다. 문제는 자신이 불화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데 있다. 오히려 회사에서 내몰릴 상황에서도 남 탓만 한다. 적어도 우연히 이무석 박사의 진료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놀랍게도 정신 치료를 시작한지 불과 3개월 만에 휴 씨의 인생이 바뀐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벽은 정신과 진료실의 문이다. 자기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정신 질환을 죄악시하는 사회풍조나 개인의 자존심을 고려할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휴 씨는 이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넘는다.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에서 과거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는 항상 형과 비교당하며 아버지의 애정에 갈증을 느껴왔던 휴 씨 자신으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그는 현재를 야기한 과거를 마주한 후 이내 가정과 직장에서 평온을 찾는다. ‘너 자신을 알라’는 단순한 진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휴 씨가 30년만의 휴식을 얻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꽤 수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복잡하다. 당연히 중간 중간 난관에 봉착한다. 또한 3개월 만의 극적인 변화가 ‘무의식의 질병’을 앓는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는 ‘어른아이’가 숨어 있는 내면을 만나야 한다. 이를 계기로 그 아이를 긍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만이 수렁에 빠진 현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책을 읽는다. 이 반향으로 서점가엔 경쟁사회의 생존전략에 관련된 자기계발서가 가득하다. 이 중 상당수가 경쟁의 본질을 꿰뚫고 종래엔 승리를 거머쥐라는 식의 조언으로 채워져 있다. 헌데 그것이 무익한 사람도 있다. 아니 무익까진 아니라도 미래를 말하기 전, 과거를 돌아봐야 일이 유효한 이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30년만의 휴식>은 수동적 ‘자기계발서’가 아닌 능동적 ‘자가진단서’라 볼 수 있다. 읽고 깨닫고 변하는 주체는 독자이고 이무석 박사는 단지 조언자의 역할을 할뿐이다. 그것도 미래의 성공을 채찍질하는 엄격한 선배보단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에 가깝다. 이제 이 친구의 따뜻한 관심을 누리며 무의식에 갇힌 자신을 꺼내주면 된다. 친절하게도 그는 차근차근 따라올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는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공감의 탄식이 터지지 않았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 중간에 책을 덮어도 좋다. 반대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을 솔직히 알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도 좋다. 이어 마음껏 위로 받으며 언젠가 찾게 될 내면의 자유를 만끽하는 상상을 해보자. 모르는 사이에 제2의 휴(休) 씨가 된 자신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광준 시민기자 yakwa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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