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카페, 커피, 사색, 글쓰기....헤밍웨이의 일상
[책속의 지식] 카페, 커피, 사색, 글쓰기....헤밍웨이의 일상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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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프닝> 김미라 글 / 페이퍼스토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아마 당신은 오늘도 커피나 차를 한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방송작가 김미라의 산문집 <오늘의 오프닝>(페이퍼스토리. 2013)에 소개된 커피에 얽힌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놀랍다. 책에 따르면 커피에 심취했던 예술가들이 많다. 베토벤은 매일 최상의 원두 60알을 직접 분쇄기에 갈아 끓인 커피를 마셨다. 발자크는 작업하는 내내 물처럼 커피를 마셨다. 도스토예프스키 기념관에는 매일 아침 새로 끓인 커피가 책상에 놓인다.

커피의 보급에 따라 카페 역시 늘어났다. 오스트리아와 독일과 프랑스에서 카페의 역사는 곧 지성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카페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학문과 예술의 근거지가 되었고, 활발한 토론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이 아니면서도 파리의 카페를 너무나 사랑했던 인물이 있는데, 바로 헤밍웨이다.

“헤밍웨이가 파리를 좋아한 이유 중에 단연 첫손 꼽히는 이유가 카페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모임을 갖고 토론을 하기 위해서 카페를 찾은 것이 아니라 혼자 글을 쓰고 사람들을 관찰할 공간으로서 카페를 활용했습니다. 신문사 특파원 시절에는 너무 가난해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면서 글을 썼습니다. 아내에게는 점심 약속이 있다고 집을 나선 뒤 점심을 굶은 채 뤽상부르 공원을 걷다가 돌아갈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훗날 작가로서 성공한 뒤에는 몽파르나스의 유명한 카페들을 즐겨 찾았습니다. 카페 ‘르돔Le Dome','되마고Les Deux Magots', '플로르 Cafe de Flore'는 헤밍웨이가 늘 앉던 자리를 표시해 놓고 이 유명한 작가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그가 사랑한 카페들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파리는 축제다>라는 회고록이 바로 그 작품이지요. 책 속에서 헤밍웨이는 파리의 카페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태양이 어지러운 거리를 비추거나 황금의 먼지처럼 황혼이 따뜻한 대지 속으로 밀려올 때, 그리고 밤이 찾아와 수백만 개의 불빛들이 세상을 대낮처럼 밝혀 줄 때면 나는 어김없이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앞에 놓고 멍청히 앉아 있다. 시간을 잊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 앞에 펼쳐진 세계를 바라본다. 파리는 문을 활짝 열고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날마다 큰길을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각양각색의 군중들을 사열하고 있다. 모든 인생의 모습들이 거기 총망라되어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을 위해 천 가지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헤밍웨이가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카페가 한때는 세계적인 지성들을 키워 낸 품이기도 했다는 것, 지성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더 나은 영혼을 만나는 공간이었다는 것, 그 안에서 혁명도 탄생하고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기도 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한 잔의 커피는 참 위대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p.157~p.158)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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