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보는 눈-`프레임`을 알면 달라보인다
세상 보는 눈-`프레임`을 알면 달라보인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7.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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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심리학에서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 책 <프레임>(21세기북스. 2007) 이전에 심리학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흥미로움과 유익함에 있어서 탁월했다. 대부분이 말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사례를 제시했다. 그것을 읽다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을, 어떤 심리학적인 해석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고 흥미로운 것이다.

이 책 역시 심리학책이어서 약간의 기대는 있었지만, 왠지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었다. 그래서 약간은 무덤덤한 태도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책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책들보다 쉬웠지만,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서두에서 누군가에 이런저런 `지시`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프레임과 관련된 흥미로운 지식과 사실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구에서 이 책을 쓴 것이다.

이건 여느 다른 저자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대부분 실용서 저자들은 자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성공을 보장할 것처럼 얘기한다. 또한 자신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자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올 것을 당부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오만함을 떨려면 떨 수 있을 정도의 프로필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겸손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주제인 ‘프레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겸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즉, 프레임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지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해석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인 것이다.

일상에서의 대화는 물론이고, TV 토론 프로그램을 가끔 보면 양 진영에 있는 패널들이 얼마나 다른 프레임으로 특정한 주제를 보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토론의 원래 목적은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서 어떠한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일진대, 토론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린다. 토론 시간이 늘어난다고 하여도 크게 달라질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 이러한 주요 이유는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주제를 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어진다.

책 속에는 프레임과 관련하여 수많은 상황과 사례가 소개돼 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원래 가격이 100만원인 물건을 97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경우와 원래 가격이 5만원인 물건을 2만원에 구입하는 경우, 할인 받을 수 있는 돈은 똑같이 3만원이지만 그 가치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즉 5만원 물건을 2만원으로 구입했을 때의 3만원을 훨씬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 혜택을 받기 위해 같은 물건을 세일하는 멀리 있는 다른 백화점에 가는 수고를 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프레임을 주제로 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래서 신선했다. 그리고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누군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프레임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가 나와 다른 프레임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그 전보다 상대방 입장을 잘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프레임을 가졌다고 몰아세울 게 아니라, 나의 프레임이 중요하듯 상대의 프레임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상대의 프레임에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우리 삶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하기 위해 최상의 창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하는 용기,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지혜의 목적지인 것이다.

[송준일 시민기자 antm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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