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동서고금 대가의 명문장...책읽기에 좋은 책
[추천 이 책!] 동서고금 대가의 명문장...책읽기에 좋은 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09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독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바스락거리는 종이봉투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들고 ‘목차를 넘기는 희열’ 혹은 ‘그날 밤 다 읽기가 아까워서 반쯤 남겨두는’ 그런 감격을 느껴본 이들이 몇이나 될까.

‘책, 도대체 왜 자꾸 읽으라는 거야?’라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딸려오는 이들에게 책 읽기의 맛을 전할 책을 소개한다. 이 시대의 선비로 불려도 좋을 김삼웅의 신간 <독서독본>(현암사.2015) 이다.

책은 동서고금 내로라하는 책의 대가들의 명문장과 추려 뽑은 예문들을 통해 순수한 독서의 재미를 알려준다. 이를테면 루쉰의 촌철살인 같은 글이 그렇다. 다음은 책에서 소개한 루쉰의 <들풀>에 나오는 ‘개의 반박’이다.

꿈속에서 나는 좁은 길을 걷고 있었다. 옷도 신발도 남루하여 거지와 흡사하였다. 개가 등 뒤에서 짖었다. 나는 거만하게 돌아보며 꾸짖었다. “쉿, 조용히 해! 권세에 아부하는 개놈아!” “헷,헷.” 그는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도저히 사람님한테는 못 미칩니다.” “뭐라고?” 나는 발끈해졌다. 심함 모욕이라 생각하였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아직 동(銅)과 은은 구별할 줄 모릅니다. 게다가 무명과 명주도 구별할 줄 모릅니다. 게다가 관리와 백성의 구별도 못합니다. 게다가 주인과 종의 구별도 못합니다. 게다가…” 나는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중략) 간신히 꿈에서 도망쳐 나오자 내 침대 위였다.

또한, 태종 이방원이 어가를 움직여가며 중용하려 애쓴 원천석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시들을 소개하는 대목도 있다.

원천석은 이방원이 왕자 시절 스승이었다. 고려 말의 문란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원주 치악산으로 들어가 낮에는 화전을 일구고 밤에는 독서와 집필로 고고한 여생을 보낸다. 이방원이 어가를 움직여 직접 원주까지 찾아갔지만 원천석은 이를 미리 알고 산속으로 피해버렸다.

책에 따르면 원천석은 왕조를 끝까지 거부하면서 글을 읽고 책을 지었다. 다음은 그가 지은 시 가운데 비 내리는 요즘 날씨에 제법 잘 어울리는 시다.

빈 서재에 가을이 이미 깊어 오두막 작은 평상이 서늘하네, 갈대 언덕에는 처음 문이 흔들리고 국화 울타리에는 아직 서리 내리지 않았네, 까마귀는 산 빛 속으로 날아가고 사람은 빗소리 곁에 조는데, 이슬 맞으며 금 꽃잎을 주우니 진주에 찬 향기 엉키네 – 원천석, <비 내리는 가을 서재에서 생각나는 대로 읊다>

책은 이처럼 역사에 남은 좋은 글들을 통해 책의 바다에서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일러준다. 더 깊은 삶을 위한 독서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