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처서에는 모기 턱이 빠진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초겨울까지 모기가 극성이다. 다산(茶山) 정약용도 이 모기를 향한 증오를 노래한 시를 남겼다. 모기약도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속수무책 모기에 시달렸을까. 다음은 선생이 남긴 <모기를 증오함>이라는 시다.
사나운 범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내 능히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구렁이가 집 모퉁이 걸려 있어도 그저 누워 꿈틀댐을 구경한다네. 모기 한 놈 앵앵대는 소리 귀에 들리면 기겁해 담 떨어져 오장이 졸아붙네. 주둥이를 박아서 피나 빨면 그만이나 독을 쏘아 뼛속까지 스며드니 어찌하리.
삼베 이불 꼭 덮고서 이마 겨우 내놓아도 잠깐 만에 울퉁불퉁 부처 머리 같아진다. 제 손으로 제 뺨쳐도 허탕 치기 일쑤요, 허벅지 급히 쳐도 먼저 알고 달아나네. 싸워봐야 소용없어 잠을 아예 못 이루니 지루한 여름밤이 1년과 맞잡일세. 네 자질 잗달고 종족도 미천커늘 어이해 사람 보면 침부터 흘리느뇨.
밤에 다님 참으로 도둑 심보니 피를 먹음 어진 이가 어이하리오. 예전에 규장각서 교서할 때 떠올리면 건물 앞에 푸른 솔과 흰 학이 서 있어서, 6월에도 파리조차 꼼짝하지 못하였고 대자리서 편히 쉬며 매미 소릴 들었었네. 지금은 흙바닥에 거적 깔고 지내느니 내가 너를 부른 게지 네 잘못 아니로다.
<책벌레와 메모광>(문학동네.2015)에 따르면 다산이 모기와 전쟁하던 때는 유배지에서 외로이 견디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모기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며 기세 좋게 시작한 성토가 자기 탓으로 끝나니 다산이 안쓰럽고 민망하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