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않았던.. 토마스 만
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않았던.. 토마스 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4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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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토마스 만은 상냥한 사람이었을까? 호감 가는 성격이었을까? 아,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물론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맞다. 그는 예민하기가 프리마돈나 같았고, 거만하기가 테너 못지 않았다. 그랬다. 그는 극도로 자기중심적인데다가, 독선적이었다. 종종 냉혹했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했다는 것 역시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p.187)

‘문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독일의 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가 <작가의 얼굴>(문학동네. 2013)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책에서 괴테에서 토마스 만, 카프카, 그리고 귄터 그라스까지, 여러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그들에 관한 평을 들려준다. 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평생 수집한 작가들의 초상화가 60점 넘게 실려 있다. 그림의 종류도 철판화, 석판화부터 에칭, 드라이포인트, 연필 스케치까지 다양하다.

책에 따르면, 토마스 만에 대해서 잊어서는 안 될 또 다른 면이 있다. 평생에 걸쳐 수천 통의 편지가 그를 성가시게 했다. 그러나 그는 이 편지들에 하나하나 답장을 보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특히 망명 시절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나?

“보통 우정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런 관계에 그는 아주 서툴렀고, 아예 생각도 없었다. 그의 작중인물 토니오 크뢰거는,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인간사를 묘사하는 일에 가끔 진절머리가 난다고 한탄한다. 토마스 만, 그에겐 인간사에 섞여드는 것보다 인간사를 묘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했다.(중략) 과장해서 표현하지만, 그는 거의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묘사했다. 그는 최소한의 실제적,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최대치의 문학을 끌어낼 줄 알았다.

전혀 호감 가지 않는, 오히려 정나미 떨어지는 인간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괴테가 정녕 호감 가는 사람이었던가? 클라이스트가 사교적이었고, 하이네가 상냥했던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봐줄 만한 사람이었던가? 내 생각엔, 그들은 하나같이, 그야말로 봐주긴 힘든 사람들이었다. 천재란-일반적으로-오순도순 어울릴 만한 좋은 이웃감은 아닌 법이다.” (p.187~p.188)

또한 저자는 “고골이 사회 고발자였다면 톨스토이는 재판관이었고, 도스토옙스키가 스스로 피고인의 자리에 섰다면 체호프는 그저 증인의 역할을 맡았던 셈”이라며, 체호프는 결코 “작중인물 위에 군림한 적이 없으며, 다만 항상 그들 곁에 서 있었다”고 평한다. 러시아의 다른 작가들이 목청 높여 신음하고 절규할 때, 그는 그저 나직나직 속삭였지만 지구의 절반이 곧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여러 거장들의 고전을 다시금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죄와 벌>을 손에 들고 <마의 산>을 넘어 <벚꽃 동산>에서 책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독일문학에 헌신해온 비평가의 이 책을 통해 문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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