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VS 한비야, 초콜릿 VS 원두커피?
강금실 VS 한비야, 초콜릿 VS 원두커피?
  • 북데일리
  • 승인 2007.06.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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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 ‘강금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강금실에 대한 책은 여러 권 있었지만, 그녀 스스로 자신에 대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책 <서른의 당신에게>(웅진지식하우스. 2007)을 통해서다.

이제 막 쉰 살이 된 그녀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인 ‘서른의 당신’을 위해서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서른 살, 3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결혼을 안 한 미혼의 서른 살은 이제 스스로를 책임지고 외로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결혼을 했다면 맞벌이와 육아에 효도까지 모든 짐을 기꺼이 지고 나아가야 할 때이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 ‘첫’ 여성 서울시장후보 강금실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서른 즈음의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은근하면서도 뚜렷하고 특별한 보라 빛 그녀 같다. 저자는 ‘그냥 글이 쓰고 싶어서 썼으며, 뚜렷하게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것도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은 그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강금실의 개인적인 삶이 속속들이 담겨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신랑에게 함을 받던 날의 아련한 기억, 오래된 친구들과 나눈 우정, 네팔, 미국 등의 여행 이야기, 경상북도 산골 주교님 댁에서 잠시 맛본 여유, 기형도 시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 그리고 우리 전통 춤에 대한 깊은 애정, 소설가 장정일에 대한 변론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다소 산만하게 전개되며, 저자가 이전에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도 더러 섞여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야기 하나하나는 충분히 재미있고 맛깔스럽다.

반면 이것이 강금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호기심을 100% 만족시켜 주는 다큐멘터리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저자의 생각을 담담히 기술한 수필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언제나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 나긋나긋한 어조로 삶의 지혜를 읊조리듯 건넨다. 서른 즈음의 당신에게 강금실이 건네는 삶의 지혜는 다음과 같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그 어려움을 이기려고 하거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몰두하는 그 무엇의 긍정적인 힘으로 상황을 극복하여 가는 편이 더 현명한 생활방법인 것 같다.”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마음이 상할 것이 아니라, 상한 마음으로 헤맬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돛대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단단히 붙잡고 헤쳐나가라”고.

또 저자는 말한다.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삶을 더욱 깊고 넓게 넓히며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라. 타인이 기억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한비야, 강금실 그녀들간의 미묘한 차이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 조언을 던진 또 다른 저자로는 한비야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2005)에서 이렇게 외친 바 있다.

“허명(虛名)’이 가장 무섭다. 남이 정해놓은 허상에 자기를 맞추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지도 밖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라. 가슴을 뛰게 하는 일, 내 피를 끊게 하는 일을 하라”

이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 강금실, 한비야는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건넨다. 한비야가 세계 곳곳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 생각한 바를 속사포를 쏘아대는 듯 일사천리로 들려준다면, 강금실은 다소 두서없이,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건넨다.

한비야가 없던 힘도 솟아나게 만드는 순도 99% ‘초콜릿’이라면, 강금실은 엷게 탄 한 잔의 부드러운 ‘원두커피’다. 강금실의 표지 사진은 내용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듯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부드러운 미소를 가득 머금은 강금실.

그녀가 ‘그냥 쓰고 싶어서 쓴 글’이니, 독자 역시 그저 읽고 싶을 때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 그 뿐이다. 그것이 ‘착지할 자리를 찾아 불안하게 흔들리는’ 서른 즈음의 우리에게 강금실이 건네는 작은 선물이다.

[윤지은 시민기자 wisej@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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