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정부가 8.15 광복절을 맞이해 담합 적발로 관급공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당한 주요 건설사들의 '행정처분'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면 건설사의 경영악화 뿐 아니라 고용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고용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현재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입찰참가 자격을 받아 자격제한이 길어지면 공공공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윤이 존재하는 한 담합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 담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5년간 78개사 담합 적발..담합 이유는?
국책사업(혹은 공공공사)에서 건설사의 담합이 반복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 해에만 건설사 담합이 9차례 적발됐다.
이처럼 건설사 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담합의 이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즉 담합을 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담합이 적발돼 물어야 할 불이익보다 더 많기 때문.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지난 5년간 건설사 부당공동행위 적발현황'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지난 5년간 담합행위로 인해 총 96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건설사의 담합행위로 인한 증가한 매출은 총 51조8000억원에 이른다. 상위 빅7 건설사는 총 54건의 담합사건에 참여해 23조9000억원의 관련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0년 이후 공정위로부터 담합 결정을 받은 건설사는 78개에 이른다. 담합 처분을 받으면 과징금과 함께 6개월~2년 이하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가 제한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담합으로 인한 수익 발생이 처벌(과징금)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업계의 담합은 관행적으로 지속된 것이기에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정부 요구와 입찰제도도 건설사 담합 부추겨
일부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요구도 건설사의 담합을 부추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공사참여를 요구할 경우 힘이 없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를 물리칠 수 없다는 것. 실제 건설사 담합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집중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형공사가 쏟아져 나왔다. 대형공사를 맡을 수 있는 건설업체는 한정돼 있기에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건설사가 이명박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영덕 연구위원은 “공사입찰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때문에 건설사 간 담합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의 담합의 중심에는 현행 턴키(설계·시공 일괄계약)제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턴키공사는 설계평가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다보니 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 각축장으로 전락했다”며 “지속적으로 조직적 로비가 가능한 극소수 건설 대기업만 담합구도가 굳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한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때문에 공공공사 사업은 과거와 달리 수익성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최소가 입찰 제도에 대한 개선은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며 “무조건 예산 절감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건설업계 경기진작 사면 기대..시민단체는 반대
건설사들은 8·15 광복절 때 담합 처벌에 대해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경기가 부진해 건설사의 입찰참가 자격 제한만 풀어줘도 경기를 진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은 서민 고용과 소비 뿐 아니라 가구, 가전 등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민여론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공공공사) 입찰 금지는 해외수주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라며 "입찰 금지 해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과거 담합한 건설사를 사면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공사에서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6개 대형 건설사를 사면했다. 사면된 건설사는 GS건설, SK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6개 업체였다.
시민단체들은 건설사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다. 경기진작을 위해 사면을 하면 또 담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담합으로 적발된 7개 건설사들은 이명박 정부 때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 입찰에서 다시 담합을 했다.
경실련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건설업계에 입찰담합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은 이전 정부가 담합을 한 건설사를 사면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참여정부 때 사면되지 않았다면 이들 업체는 대형 국책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고 이후에도 담합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형 건설사 입찰담합을 근절하기는 커녕 건설시장 담합을 조장하고 묵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