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육아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5.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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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프로그램 제작진의 조언

[북데일리] 금발의 엄마와 아기가 잠을 자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자세히 보니 젊은 엄마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어찌보면 지쳐 보인다. 아기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엄마 손 가락끝에 줄이 한 가닥 걸려 있다. 혹시 아기의 요람을 흔들어 주다 아이가 잠이 들자 함께 잠 속으로 빠져든 것은 아닐까? 엄마가 덮고 있는 화려한 꽃무늬 담요는 아름답지만 다소 어두운 느낌이다. 갓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기로 인한 가슴 벅찬 행복감도 잠시, 매일 밤낮으로 반복되는 힘든 육아와 가사 노동에 얼마나 피로할까. <엄마생각 아이마음> (라이온북스. 2013)의 표지를 보며 느낀 생각이다. 이 책은 생각과 달리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주는 조언서이다. ‘아이에게 던지는 독설을 피하는 방법, 아내의 육아가 훨씬 편안해지는 아빠의 역할,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질병의 관리 방법’ 등 실제 육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했다.

저자 김광호 PD는 ‘60분 부모’,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의 육아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육아기사와 자녀교육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김미연 작가와 함께 이 책을 출간했다. 김 PD는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열심인 엄마들이 정작 ‘나는 나쁜 부모가 아닐까?’라고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들은 하나같이 육아가 쉽지 않은 이유를 ‘육아정보 부족’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정작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육아 지식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아는 일이다. 즉 아이 공부보다 부모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60분 부모>를 진행할 때 한 엄마가 “우리 아이는 떼가 너무 심해요. 한 번 떼를 쓰면 어떻게 멈추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떼 좀 안 부리게 해주세요”라고 사연을 보내왔다. 그런데 제작 팀이 정작 찍게 된 것은 아이의 심한 떼가 아니라 엄마의 폭발적인 화였다. 엄마는 아이가 아주 작은 떼만 부려도 갑자기 돌변해 화산 같은 화를 폭발시켰다. 상황을 지켜 본 전문가 선생님은 아이의 떼가 아니라, 엄마의 감정 조절이 문제라고 했다. 제작 팀은 그렇다면 엄마는 왜 그렇게 아이의 작은 떼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 보았다. 원인으로 남편과의 좋지 않은 관계, 어린 시절 친정엄마와의 잘못된 애착 등이 드러났다.“ (p129~p130)

이어 육아란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 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아이가 부모로부터 완전하게 분리되어 떠나가는 것이 육아의 진짜 목적이라는 말이다. 아이의 속마음이나 눈높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엄마만 믿고 따라와” 식의 육아는 아이에게 심리적 박탈감이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요한 육아는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훼손시킬 뿐이다.

“너무 많이 보지 말고 너무 많이 읽지 마라.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자기 생각을 먼저 정리한 후 필요한 정보만 찾아봐라. 아무리 좋은 자녀교유서나 부모교육 프로그램, 인터넷 포털 사이트라도 너무 자주 접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을 피하기 어렵다.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가슴에서 자란다. 냉철한 머리보다 부모의 따뜻한 가슴에서 편안함을 느끼면 행복하게 자란다. 육아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p220)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부모들이 흔들리는 것은 ‘육아본능에 대한 확신과 육아의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자신이 제작했던 다큐 프로그램들을 보며 ‘아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익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다소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프롤로그‘에서 이미 육아 정보는 충분하다고 말했으면서, 또 다시 자신이 제시하는 육아 정보의 홍수 속으로 들어가란 말인가! 역시 자기 자신과 아기에게 적합한 육아 방법을 찾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이 책은 이미 자녀를 다 성장시킨 부모에게도 육아가 절대 쉽지 않은 일임을 상기시켜준다. 더불어 육아는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 더불어 사회 구성원 공동의 관심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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