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 북콘서트 '입담에 웃고 선율에 젖고...'
황석영 작가 북콘서트 '입담에 웃고 선율에 젖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4.01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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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마북 <여울물소리>처럼 감동이 졸졸졸...

[북데일리] 대작가의 걸출한 입담과 책 노래의 달콤한 선율. <개밥바라기별>의 황석영 작가가 문학노래 밴드 '북밴'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다.

신세계백화점(경기점)은 지난달 29일 황석영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를 열었다. 황 작가는 <장길산>, <객지>,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의 등뼈로 존경받는 우리 시대의 대표작가다.

이번 콘서트의 테마 북은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자음과모음. 2012). 북밴이 <여울물소리>를 노래로 창작해 불렀고, 사회는 SBS 이나영 기상캐스터가 맡았다.

작가는 콘서트를 통해 “황석영 아바타를 하나 만들어서 다른 곳, 다른 시대에 가져다 놓고 이야기꾼의 일생을 써보자 생각했다”며 “일상과 항심(恒心)을 지켜가는 여자의 눈으로 떠돌이 이야기꾼이자 혁명가를 그려보겠다는 의도로 썼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한마디로 “19세기 이야기꾼의 이야기”다.

소설은 조선시대 시골 양반과 기생이자 첩이었던 엄마에게서 태어난 ‘연옥’이 화자다. 그녀를 떠나버린 ‘이신통’을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콘서트는 책 소개와 인사말에 이어 낭독으로 진행됐다. 황 작가는 소설 속 전기수(책 읽어주는 사람) 이신통 못지않게 맛깔스런 낭독솜씨를 보여줬다.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 (중략) 어찌 그와 함께 살았던 날을 하루씩 쪼개어 낱낱이 이야기할 수 있으랴. 나중에 그가 곁에 없게 되었을 때, 가뭄의 고로쇠나무가 제 몸에 담았던 물기를 한 방울씩 내어 저 먼 가지 끝의 작은 잎새까지 적시는 것처럼,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될 줄은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p87~p88)

이어 북밴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곡 ‘여울물 소리’를 불렀다. 곡은 북밴의 리더 김경은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그대 떠난 그 자리 되짚어 본 길 // 언제나 그대 만날 수 있을는지 // 그대 마음 정한 곳 나뿐이라 던 말 // 세상 끝에 가도 돌아온다는 약속 (중략)” - 북밴 노래가사 중에서

두툼한 소설 속에서 노랫말을 길어올리기란 한 편의 시를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황 작가는 “소설을 통해 모티브만 줬을 뿐인데, 노랫말을 보니 시인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밴이 함께 하는 독특한 북콘서트에는 작가의 미니 특강이 마련된다. 이날 황 작가는‘명사와 함께하는 이야기 20분’ 코너를 통해 '이야기'를 중심으로 온갖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과정을 들려줬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출하여 인천에서 처음 바다를 봤을 때의 감동을 전하며, "소설은 상상력과 자신의 경험이 합쳐져 이야기가 된다. 일상에서의 일탈을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향후 계획에 대해 "조만간 ‘철도원 삼대’에 대한 이야기를 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독자와의 일문일답 시간.  황작가는 글쓰기 비법과 관련해 “궁둥이로 쓴다. 시와 달리 산문은 의자에 앉아 장시간 버티고 있어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쓰기는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지듯 영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하는 일이라는 것. 

황 작가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일상에서 이야기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꽃을 키우며 그 꽃에 이름을 붙여주고 말을 걸며, 비 오는 날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후 분당에서 온 한 관객은 “너무 뵙고 싶었던 작가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고, 처음 들은 '소설 노래들' 역시 매우 신선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콘서트는 테마북 <여울물소리>와 같았다. 속삭이고 말하며, 울고 흐느끼다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지는, 그러다가 다시 나직하게 노래하며 흐르고 또 흘러가는. 여울물소리처럼 감동이 졸졸졸 흐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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