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선생 `토론 방식`이 꼭 옳은가"
"정약용 선생 `토론 방식`이 꼭 옳은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1.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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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⑧]<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북데일리]다산 정약용이 새롭게 읽히고 있다. 경학이나 예학이 아닌 그의 집필법에 대한 집중적 분석이 시도 됐다.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2006)을 통해서다. “어느 단면을 쪼개보아도 다산은 위대하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그 위대성을 담보해준 방법적 원리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정민의 말처럼 정약용의 작업방식에 대한 전문적 검토는 이번이 처음이다.

18년간의 유배기간 동안 500여권의 책을 집필한 다산.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50여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방대한 작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에 대한 일방적 찬탄이 아니라 저술적 가치에 대한 분석이다.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를 위해 북데일리는 제8회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 <핑퐁>(창비. 2006) <뿌리깊은나무>(밀리언하우스. 200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2006)에 이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이동환, 변경환, 신기수, 신용철. 다산연구소 기획실장 김태희, 일반독자 이건호, 하호빈, 강미선씨가 참석해 열띤 격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이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 - 편집자주

“다산, 편집자인가 창작자인가”

이동환 : 정약용의 집필에 대해 ‘창작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년 전에 이미 스스로 콘텐츠 매니지먼트를 하신 분 아닙니까? 저는 모두 온전한 그 분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고아라 : 공감합니다. 단지 다른 경전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 말로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 같은 사회에서 필요한 읽기, 글쓰기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이건호 : 20여년 유배기간동안 500권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50권 정도입니다. 20년 간 50권. 열심히만 하면 쓸 수 있는 양 아닐까요?

모두 : 50권을 어떻게 써요?(웃음)

신용철 : 다산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 만의 방법으로 소화하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습니다. 당연히 모두 그의 창작물이죠.

김태희 : 지금과 달리 다산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공부를 한 게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백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고민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호빈 : 한 포털사이트에서 역사적 인물들로 나라를 세우면 대통령은 세종대황, 국방부장관 은 이순신 장군, 국무총리에 정약용을 내정해야 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이 책을 보고 그 사실에 절감했습니다. 집필력도 대단하지만 지식을 경영하는 능력이야 말로 다산을 읽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의 토론 문화 어디까지 왔나”

이동환 : 토론 이야기 하시니까 이 대목이 생각납니다.

“요즘도 주말이면 전국 학술대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의 이름으로 수많은 학술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학술토론장에서는 공방을 벌이다가도 술자리로 가면 공부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다 취해서 돌아온다. 무슨 정신에 편지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이 같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겠는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토론하고 술자리 갖고 회포 풀고 또 토론 할 것이 있으면 토론하고. 이게 무슨 큰 문제라도 있나요?

변경환 : 술 마시고 회포 풀고 다 좋아요. 중요한 건 토론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다산이 했던 것처럼 서면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거죠. 안 그러면 남는 게 없잖아요.

이동환 : 업무나 지식에 대한 부분이야 공적인 견해를 드러낼 수 있지만. 끝나고 술 마시는 게 뭐가 나쁜가요? 토론이야 다시 하면 되잖아요?

신기수 : 여기서 한국의 토론 문화를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토론에 나온 의원들이 TV에서는 정색을 하고 싸우지만 끝나면 서로 “살살하지 왜이래 선수끼리...” 이러면서 농담을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시청자가 볼 때와 실상에서의 모습이 다르다면 정말 이중적인 태도죠. 정민 교수 역시 공개석상에서는 얼굴을 붉히다가 술자리로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마득히 잊어버리는 태도에 대해 지적한 것 같아요.

강미선 : 정약용은 유배기간 동안 학문적 경쟁자들과 서면 토론을 주고받았습니다. 검증된 근거가 아니면 상대가 누구일지라도 과감하게 비판한 태도는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지금의 토론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학문성과 상업성의 경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변경환 : 책은 어떻게 읽으셨어요? 저는 아주 좋게 봤습니다.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들 과는 달랐습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정리, 분류 방법을 회사 업무에 적용해 봤는데 큰 효과를 봤습니다.

김태희 : ‘지식경영’이라는 제목이 일단 관심을 갖게 합니다. 베스트셀러 인문서적을 많이 낸 정민 교수의 노하우가 잘 반영된 책 같아요. 이 책을 쓴 것 자체가 다산을 실천한 것이죠. 다산의 저술방법과 정민 교수의 집필능력이 잘 혼합된 좋은 결과물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동환 : 상업성과 학문성의 경계에 있는 책입니다. 논술과 지식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데 두 가지 모두 지금 사회에서 일고 있는 가장 큰 이슈거리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철저히 판매를 목적으로 쓰인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업화에 물든 면이 있죠.

변경환 : 상업화를 안 하면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게 문제죠. 아무리 10년 걸려 쓰면 뭐합니까. 아무도 읽지 않는 다면 그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다산의 생각을 쉽게 풀어 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죠.

이동환 : 인문학 부활이나 논술이 사회적 이슈인 만큼 그것에 포커스를 둔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는 이야깁니다. 장정일 씨가 쓴 <공부>도 부제가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잖아요? 이 부제 역시 장정일 씨가 쓴 게 아니고 출판사에서 정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게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부분을 강조하면 판매에 도움이 되니까 그 부분을 부각 시켰다는 뜻입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역시 그런 느낌을 배제 할 수가 없어요.

이건호 : 학문성과 상업성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카데믹한 부분만 강조 했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요지를 명확히 풀어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다산의 사상이나 집필방법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수 : 인문학을 너무 어렵게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출판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기 전에 어려운 학문을 쉽게 풀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통인문서라고는 볼 수 없지만 다산의 생각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학습서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영 : 아쉬운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산을 비판하려고 쓴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집필법만 이야기 하다 보니 학자로서의 정민 교수의 입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거죠. 일례로 다산이 고염무가 지은 ‘일지록’을 “잡다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라는 말만 덧붙이고 맙니다.

둘째는 분량입니다. 이 부분은 김태희씨도 공감했듯, 전체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않습니다. 또한 매 장마다 팁 역시 중언부언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부분만 뺐어도 분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 책들을 보면 너무 공간을 많이 둬서 불필요하게 장수가 많아지고, 커버도 하드커버다 양장본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향이 아니라 내용인데 말이죠.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요즘 독자들은 예쁘고 좋은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비싸고 화려한 책이 아니라 내용이 튼실하고 커버나 가격 모두 실용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좋죠. 이 책 역시 분량과 가격 면에서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진 = 시계방향으로 강미선, 하호빈, 신용철, 신기수, 이동환, 이건호, 변경환, 김태희)

(사진 = 고아라 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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