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핑퐁` 토론회..."개성만점"
ⓛ박민규 `핑퐁` 토론회..."개성만점"
  • 북데일리
  • 승인 2006.10.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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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 ⑤]북데일리 시민기자 ‘핑퐁’ 난상 토론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입니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입니다.-편집자주

문법의 해체,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는 글쓰기, 결말을 책임지지 않는 실험성... 박민규의 소설을 수식하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아이콘이자, 문단의 이단아다. “조까라마이싱!”이라며 기성문단을 향해 직격포를 날리기도 하고, 문예창작학이라는 전공을 의심케 하는 무지한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글쓰기에 깔린 반항심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자의 울음과 패배자의 비명, 모두를 대변한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한겨레신문사. 2003) <카스테라>(문학동네. 2005)로 큰 인기를 모았던 그이니 만큼 신작 <핑퐁>(창비. 2006)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이하 창비)’에 연재 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출간시기를 묻는 전화가 출판사로 폭주했고, 문의 글 역시 잇따랐다. 이 같은 반응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낯선 문체와 소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박민규의 작품세계를 논해보고자 북데일리는 제5회 북데일리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에 이은 이번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김영욱, 조한별, 서정민갑, 원호성, 함수린, 구윤정, 신기수씨,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몰입이 안 된다 VS 발상이 좋다”

조한별: <카스테라>가 작가의 생각을 집약해 놓은 것이라면 <핑퐁>은 그것을 부풀려서 솜사탕처럼 독자들이 뜯어먹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품 같아요.

신기수: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독자에게는 좀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보통의 독자들은 스토리텔링이 분명한 소설에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언어문법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유희에 그치지 않고 소박한 삶을 향한 시선을 그려낼 줄 안다는 점에서 박민규를 좋아합니다. 그게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삼미>였어요. 그에 비해 <핑퐁>은 너무 기교에 치우치다 보니 내용이 부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도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고요.

구윤정: 저는 반대생각인데요. 세계를 ‘포맷’해버린다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 박민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영욱: 결말이 너무 성급했어요.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해보려는 느낌도 들고, 몰입도 잘 안됐고.

서정민갑: 전작 <카스테라>는 3분의1 정도는 좋게 봤는데 외계의 물체를 등장시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문제를 너무 손쉽게 해결하려 드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핑퐁>은 많이 실망 했어요. 메시지나 구성 면에서 나아졌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거든요. 박민규에게서 가장 아쉬운 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너무 얇다는 거예요. 메시지는 얇은데 재주도 없이 버티고 있다 보니 바닥이 드러나는 거죠. 최근 젊은 작품 중에는 철학의 부재가 드러나는 얄팍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런 작품들이 높이 평가 받는 것이야 말로 한국문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죠. 개인적으로 <핑퐁> 뒤에 적힌 백낙청씨의 평가는 조금도 공감할 수가 없었어요.

원호성: 너무 소재를 앞세운 작품이라, 황당한 SF같기도 해요.

김영욱: SF도 각각의 의미가 있고, 판타지에도 세계관 즉, 질서가 있는데 <핑퐁>은 그것조차 너무 약해요.

원호성: 저도 작품을 지탱하는 세계관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예 그런 측면을 기대하지 않고 오락적으로 즉, SF만화를 보듯이 읽는다면 읽어볼 만하기도 하지만요.

“왜 아이들은 탁구를 치는가”

원호성: 소설의 소재가 탁구인 이유는 하는 사람이 코트 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에 서서 공을 그 안에 넘기는 운동이기 때문이죠. 결말과 연관을 짓자면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늘 세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소설의 내용과 탁구라는 운동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고아라: 저는 청각적인 면에서 해석했어요. 못과 모아이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데, 탁구는 소리가 매우 경쾌한 운동이거든요. 공소리가 대화를 나누지 않는 어색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 것이죠. 탁구가 둘의 대화를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조한별: 탁구는 좁은 탁구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한명이 없으면 경기가 진행될 수 없잖아요. 소설이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이처럼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운동이 탁구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함수린: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두 아이는 탁구로 인해 대화를 시작하게 되죠. 공간이 협소하니 그게 가능했던 것이죠. 예를 들어,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은 동선거리가 길어 대화가 어렵잖아요. 탁구의 경우 좁은 공간 안에서 ‘주고받는’ 운동이니 대화가 가능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목적으로 탁구를 소재로 삼은 것 같고.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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