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로보틱스·제조 현장으로 피지컬 AI 확대
[화이트페이퍼=김혜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과 제조, 정비, 고객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며 전사 차원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부터 추진한 디지털 전환 기반 위에 생성형 AI와 데이터 활용 체계를 더해 현장 업무 방식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12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서초구 양재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 성과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부터 생산, 품질, 판매, 서비스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AI 전환은 디지털 업무 환경 구축에서 출발했다. 회사는 2022년부터 지라, 두레이, 컨플루언스 등 업무·의사결정 관리 플랫폼을 도입했고 글로벌 협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365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협업하고 업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데이터 활용 체계도 함께 정비됐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연구개발, 생산, 품질, 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했다. 개발 단계의 정보가 생산과 품질 관리에 쓰이고 판매 현장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에 활용되는 구조다.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활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일반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임직원들은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사용자는 3만명을 넘었고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가 이용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AI가 자료 탐색과 검토 시간을 줄이고 있다.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과거 충돌시험 결과, 이미지, 해석 자료 등을 통합 분석해 유사 사례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현대차그룹은 이 시스템을 통해 관련 자료 탐색과 분석 검토 시간이 약 90%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에서도 AI 적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차량 식별번호를 AI로 자동 판독하는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글로벌 생산 거점 약 70곳에 적용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약 52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도입됐다. 강화학습을 활용한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다. 차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흐름 지연을 AI로 낮춘 사례다.
정비와 고객 대응 업무도 AI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 적용된 LLM 기반 ‘정비 지원 AI 서비스’는 정비 대응 시간을 약 42% 단축했다. 정비사는 복잡한 매뉴얼과 기술 자료를 일일이 찾지 않고 문제 원인과 대응 방안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고객 리뷰 처리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고객 리뷰 대응 업무는 AI 도입 이후 건당 처리 시간이 평균 35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현재 전체 리뷰의 약 85%가 AI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다음달부터 리뷰 대응 전 과정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AI 활용 영역을 물리적 세계로 넓힌다. 회사는 축적한 데이터 자산과 운영 경험, AI 활용 역량을 바탕으로 차량, 로보틱스, 제조 및 서비스 현장에 AI를 결합하는 피지컬 AI 영역까지 혁신을 확대할 방침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2018년 정의선 회장이 밝힌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추진해 왔다. 회사는 전사 데이터 체계와 생성형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장 중심의 업무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